中 전 산업부장관 “자동차 합자기업 정책은 ‘아편과 같다’”

2012-09-0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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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광위안 전 기계공업부 부장, 중국 자동차산업정책 비판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최근 중국 자동차 시장 성장세 둔화로 로컬 자동차 업체들이 경영난에 처한 가운데 중국 전 공업정보화부 부장(우리나라 산업부 장관 해당)이 중국의 자동차산업 정책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발언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영국 로이터 통신 3일 보도에 따르면 허광위안(何光遠) 중국 전 기계공업부(현 공업정보화부) 부장은 지난 달 31일 중국 톈진(天津)에서 열린 ‘2012년 중국 자동차산업발전 글로벌 포럼’에 참석해 “외국 자동차 업체가 중국 로컬 업체와 손잡고 합자회사를 설립하는 현재의 중국 자동차산업정책은 ‘아편과도 같다’”며 “이로 인해 중국은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을 육성하는 데 실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허광위안은 지난 1993년부터 1996년까지 4년 간 중국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물론 지금은 현직에서 물러났지만 전직 장관이 중국의 현 자동차 산업정책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허 전 부장은 “중국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할 것 없이 모두 해외 투자 유치에 노력해 왔으나 아직까지 중국은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내로라하는 대표 토종 자동차 기업을 육성하지 못했다”며 이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낄 정도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중국은 지난 80년대 중반부터 외국 자동차 업체에 중국 로컬 기업과 합자기업을 설립하는 형태로 중국 자동차 시장에 진출하도록 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을 개방하는 조건으로 외국 자동차 업체에 자동차 생산 기술을 도입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따라 주요 외국 자동차 업체들은 로컬 자동차 업체과 합자 자동차 기업을 설립해 50% 미만 지분을 보유하는 형식으로 중국 자동차 시장에 진출했다. 상하이폴크스바겐, 상하이GM, 둥펑닛산 등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중국은 외국 자동차업체로부터 선진 기술을 제대로 전수받지 못하고 오히려 거대한 중국 시장만 제공한 꼴이 됐다. 현재 경쟁력이 약한 중국 로컬 기업들은 대부분의 매출액 수익을 외국 합자 파트너사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해 둥펑자동차의 매출액 98%는 외국 합자 파트너사인 닛산, 혼다, 푸조가 기여했다. 상하이자동차의 지난 해 한해 매출액 중 합자 파트너사인 제너럴모터스(GM)과 폴크스바겐의 기여도도 60%에 달했다.

특히 지난 2009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시장으로 부상한 중국 자동차 시장이 수 년간의 고속성장을 종언하고 현재 둔화세로 접어들면서 중국 로컬 기업들은 외국 자동차 업체에 치여 설 자리를 점점 더 잃어가고 있다.

통신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중국 로컬자동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5.4% 하락했다. 특히 로컬 승용차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0년 30.9%에서 현재 26.8%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최근 들어 중국 정부가 외국 합자기업에 중국 독자적인 브랜드를 생산하라고 요구하며 자동차 선진기술을 전수받기 위해 주력하고 있으나 대부분 외국 합자 파트너들은 중국 로컬업체와 협력해 새로운 자동차 모델을 생산해 내기보다는 기존의 자동차 모델을 약간만 변형해 중국 시장에서 출시하고 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실제로 상하이GM이 지난 2011년 중국 시장 첫 독자브랜드로 내놓은 '바오쥔(寶駿)630' 모델은 기존의 GM자동차의 뷰익 엑셀르 생산 플랫폼을 활용해 제작한 것이며, 둥펑닛산이 출시한 독자브랜드 차 '치천(啓辰·베누시아)' 모델 역시 닛산의 티다 생산 기술을 토대로 만들었다. 심지어 상하이GM이 최근 내놓은 바오쥔 신모델은 과거 쉐보레 스파크 모델을 그대로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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