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주에 걸쳐 진행된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소송전은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앞서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간의 전화 협상도 결국 무산됨으로써 남은 것은 9명의 배심원 판단뿐이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새너제이에 있는 캘리포니아 연방 북부지방법원 1호 법정에서 진행된 삼성전자와 애플 간 특허소송 본안심리에서 양측 변호사들은 2시간씩 배정된 최후 변론을 마쳤다.
애플은 그간 수집한 이메일과 서류 등, 광범위한 삼성 내부 문서들을 증거로 내세우며 다시 한번 삼성전자가 모든 것을 베꼈다고 주장했다.
애플의 최후의 변론을 맡은 해롤드 메켈리니 변호사는 “애플은 아이폰을 만들기 위해 4년을 쏟아부었는데 삼성은 단 3개월 만에 집중적으로 디자인을 복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아이폰을 앞에 놓고 들여다본 후 세세한 모든 것, 기능 하나하나를 모방했다”고 덧붙였다.
또 애플은 이번 심리에 임원들이 출석해 증언하고 반대심문에도 응하도록 허용했으나 삼성의 고위 임원들은 이 곳에 오지도 않았으며 대신 변호사만 보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도 조목조목 반박을 이어갔다.
삼성전자의 변론을 맡은 찰스 버호벤은 “어떤 사람들이 아이폰을 사려다가 속아서 삼성 제품을 샀겠느냐”며 “소비자들은 애플 제품과 삼성 제품을 혼동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애플이 소비자들이 원하는 제품을 제공하는 가장 큰 경쟁업체를 막아달라고 요청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배심원단이 애플의 손을 들어준다면 미국 시장에서 애플의 경쟁을 억압할 수 있고 소비자들의 선택을 제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애플은 시장에서 경쟁하는 대신 이 법정에서 이기려는 생각”이라며 “법정에서의 경쟁보다는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최후 변론이 마무리됨에 따라 배심원들은 본격적으로 평의에 착수해 오는 24일께 평결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관련 내용이 너무 전문적인 데다 평결 항목도 36가지나 되는 등 방대해 실제 평결은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결과를 두고 기술적(intellectual) 판단이 아닌 감성적인(emotional) 판단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루시 고 판사가 읽은 평결지침만 하더라도 109페이지에 달한다.
읽는 데만 2시간 반이 걸릴 정도로 복잡하고 많은 항목들이다.
9명으로 구성된 배심원 역시 사회복지사, 가정주부, 무직자 등 IT분야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남은 것은 이제 배심원들의 몫이다.
고 판사는 평결 지침을 읽은 후 21쪽짜리 평결문 작성양식을 배심원들에게 전달했다.
9명의 배심원들은 어느 쪽의 주장이 옳고 그른지 판단, 평결지침에 따라 각 항목에 대해 어느 회사가 특허를 침해했는지 피해액은 얼마인지 산정해야 한다.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이들이 내놓을 평결문에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