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신도시 프로젝트 등 대규모 사업 건을 김 회장이 전면에 나서 진두지휘해왔던 만큼 경영공백에 따른 사업차질이 우려된다.
업계에 따르면 당장 국내 기업의 해외 단일 수주 사상 역대 최대 규모인 80억달러(약 9조4000억원)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가 위기를 맞게 됐다.
김 회장은 이 프로젝트의 비중을 고려해 직접 현지를 오가며 사업 전반을 챙겨왔다. 지난달에도 김 회장은 이라크를 방문해 누라카밀 알-말리키(Nouri Kamil Al-Maliki) 이라크 총리와 이 프로젝트에 대한 추가협력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김 회장은 당시 알-말리키 총리로부터 지속적인 협의를 위한 재방문 요청도 받았다.
이 프로젝트는 우선적으로 이달 중 선수금 8000만달러 입금이 예정돼 있다. 이에 따라 한화측은 “예정된 일정대로 사업을 추진해 나가도록 만전을 기한다”는 각오다.
하지만 향후 추가 발주 예정인 2, 3차 이라크 재건사업 수주 건에서는 김 회장의 공백에 따른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실제 알-말리키 총리와의 면담에서 태양광 발전소, 정유공장, 석유화학 공장, 수도공사 등 다양한 사업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었다. 또한 이와 관련 김 회장은 바그다드 현지에 숙소를 마련토록 하는 등 향후 추가 재건사업 건을 두고 이라크를 수시로 방문하며 현지 당국자들과 긴밀한 접촉을 가질 계획이었다.
한화가 글로벌 선두 도약을 위해 주력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에도 먹구름이 드리웠다. 당장 이번주 중 독일 태양광 기업 큐셀 인수와 관련 한화케미칼의 우선협상 대상자 선정 가능성이 높았지만, 전망이 불투명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M&A 경쟁에서 경영자 공백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며 또한 “M&A 추진 과정의 주요 의사결정 순간에서 김 회장의 즉각적인 판단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김 회장의 법정 구속에 대해 재계에서는 ‘재벌 때리기’ 강도가 높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높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경제 민주화’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가운데 김 회장에 대한 이번 판결이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는 다른 재계 총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주요 경제단체들은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공식적인 논평 내놓는 데는 조심스런 분위기다. 최근 사회분위기상 재계가 재판부의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는 것이 국민에게 반감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기업인에 대한 실형으로 경제살리기 의욕이 위축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