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올림픽 주체들, 이제 출구전략 찾을 때

2012-08-0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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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수 문화레저부부국장겸 골프전문기자



70억 지구촌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런던올림픽이 마무리 단계다. 205개국 1만6000명의 선수들이 보여준 땀과 눈물, 환희와 아쉬움의 드라마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이번 올림픽은 우리에게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듯하다. 독립 후 처음으로 태극기를 달고 나간 1948년 대회가 런던이었고, 그로부터 64년이 흐른 2012년 대회에서 우리는 괄목할만한 성취를 이뤘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30도를 넘나드는 열대야속에서도 선수들의 일거일동(一擧一動)에 기쁨과 안타까움의 탄성을 쏟아냈다.

그 축제도 사흘 후면 끝난다. 매사 그렇듯이, 축제나 잔치가 끝날 때쯤이면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 무슨 재미로 사나?”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만날 잔치만 하고 살 수는 없다. 잔치 후엔 곧 평상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이 세상사다.

가계, 기업, 정부를 경제주체라고 한다. 올림픽에도 주체가 있다면 선수(올림피안), 관객(국민· 정부), 미디어(방송)가 아닐까. 올림픽 주체들은 이제 올림픽을 뒤로 하고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출구 전략’을 마련해야 할 때다.

메달을 목에 건 올림피안은 귀국해서도 분주한 일정이 잡혀 있겠지만, ‘노 메달’에 그친 선수들도 실망할 것없다. 단 1초, 1㎝, 한 발로 희비가 갈린 일이 한 둘인가. 이번 대회에 나간 245명의 한국선수 가운데 시상대에 오른 선수는 60∼70명이다. 4명 가운데 1명만 메달을 만져봤다는 얘기다. 올림픽에 나간 것 자체를 영광으로 생각해야 한다. 첫 4강에 오른 축구대표팀에는 큰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그 열기와 저력을 국내 축구 발전으로 승화하는 것은 선수를 포함한 축구인들의 몫이다. ‘올림픽· 월드컵 4강 따로, 국내 축구인기 따로’라면 한국축구는 세계정상에 접근하기 힘들다.

방송도 ‘목소리’를 낮추고 제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채널이 올림픽 중계로 획일화되고 재탕을 넘어 삼탕, 사탕으로 도배해도 될만큼 국민들 수준이 낮지 않다. 하루하루 살기가 팍팍한 사람들에게서는 “올림픽이 밥먹여주냐?”는 말이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대통령이나 정치권도 올림픽 화두에서 벗어나야 한다. 잘 싸운 선수들에게 축하를 해주는 것이 상례라고는 하지만, 대통령이 그렇게 한가한 자리는 아닐 것이다. 전력 수급이 한계상황에 이르렀다는 경고가 나오는데도 “밤새워 올림픽을 시청하는 국민들때문에 더 그런 것 아니냐”는 말은 실소를 금할 수 없게 한다. 현안이 어디 그 뿐인가. 전국의 강· 호수에 녹조현상이 심해 주민들의 식수원을 위협하고 ‘녹조라떼’라는 빈정거림이 나오질 않나, ‘하우스 푸어’들의 부채가 1000조원에 육박해 금융위기가 올 것이라는 신호가 있질 않나, 취업난으로 다 큰 젊은이들이 부모한테 기대어 사는 현상이 보편화되질 않나…. 정치권도 그렇다. 행여 선수단의 땀과 눈물, 성취를 아전인수로 해석하거나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행태는 금물이다. 그럴수록 표(票)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국민들도 성숙된 시민의 자세를 보일 때다. 메달을 딴 선수들은 그 나름대로 보상이 있기 때문에 차치하더라도, 메달을 따지 못한 대다수 선수에게 더 큰 위로와 격려를 해야 한다. 올림픽에서 10위 안에 든 것이 선진국임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그에 걸맞은 질서 의식, 공정한 경쟁과 결과에 대한 승복, 약자(패자)에 대한 배려 등의 시민 소양을 갖출 때 비로소 우리는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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