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꽃과 산삼 폭포와 정자를 감싼 보석같은 휴양지 함양

2012-08-0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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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최병일 기자= 마치 습식사우나에 들어간 듯한 느낌입니다. 턱턱 숨이 막히는 계절 어디 시원한 곳에서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눌 곳은 없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그럴때 경상남도 함양이 어떨까요? 눈부시도록 화사한 연꽃 풍경이 눈을 시원하게 해주는 상림을 거쳐 지천에 피어 있는 산양삼(山養蔘)으로 만든 삼계탕을 나누어 먹으면 이만한 ‘보양 피서’가 따로 있을까 싶습니다. 올림픽 응원으로 인해 많이 지쳤다면 이번 주말은 건강도시 함양에서 리플레쉬 여행을 떠나보세요.
조선시대 빼어난 문재로 사상가로 이름높은 정여창 선생의 고택

◆선비의 고장에서 풍기는 고즈넉한 한옥의 정취
함양은‘좌안동 우함양’이라는 말이 회자될 정도로 이름높은 선비들이 많았던 묵향의 고장이다. 이를 증명하기라도 하듯 하동 정씨와 풍천 노씨의 집성촌인 개평마을에는 수 백 년의 세월을 족히 넘긴 전통 한옥이 고스란히 보존되어 있다. 함양에는 우아한 고택이 많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백미는 조선 성리학의 대가였던 정여창 선생의 고택인 함양일두고택이다. 드라마 ‘토지’의 촬영 장소로도 유명한 일두 고택은 3000여평의 대지에 건물만 12동이나 있는 영남지역의 대표적인 양반 고택이다. 솟을 대문에는 충 효 정려편액 5점이 걸려 있다. 동방5현이라고 불릴 만큼 유학을 도리를 실천했던 일두이기에 솟을대문에는 충·효 정려편액 5점이 걸려 있다.
지역마다 고택은 독특한 모양새를 하고 있지만 일두의 고택 또한 조상들의 숨은 지혜가 곳곳에 숨겨져 있다. 우선 사랑채가 그렇다. ㄱ자형의 사랑채는 기둥을 위 아래 두 개로 나누어 세웠는데 위쪽의 벽을 막지 않고 트이게 만들었다. 통풍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다. 손님들과 함께 가벼운 담소를 나누거나 거나하게 술 한잔을 나누는 누마루에 오르면 석가산이 한 눈에 들어온다. 그 위로 노송 한그루가 고즈넉하게 자리잡고 있다. 누마루 아래는 창고가 있는데 독특한 숨은 구조다. 안채는 밝고 정갈하다.

담장을 따라 마을 둘러보면 세월의 이끼가 더깨처럼 내려앉은 고택들이 줄줄이 눈에 들어온다. 풍천노씨 대종가, 오담고택, 노참판댁고가 등의 문화재급 전통 한옥이 많다보니 탐방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고택에는 역시 향기나는 전통주가 잘어울린다. 안동에 안동소주가 있고 전주에 이강주가 있다면 함양에는 지리산 솔송주가 있다. 솔송주는 일두 선생의 가문에서 무려 500년째 내려오는 가양주다.
가양주 만드는데 온 정성을 기울이는 명가원 박흥선 명인

세월이 흘렀지만 일두 선생의 16대 손인 정천상 대표로 이어지는 향긋하고 깔끔한 술맛은 여전하다. 솔송주는 송순주(松筍酒)가 원이름이다. 솔송주는 찹쌀과 솔잎, 송순, 누룩을 버무려 만든 것으로 특유의 향과 맛이 일품이다. 정 대표의 부인이자 식품명인인 박흥선씨는 “술은 정성과 밑술을 잘 빚어야 제 맛이 난다”며 “솔송주는 청정자연을 이용해 만든 우리 고유의 술로 맛과 멋이 깃든 술”이라고 말했다.
연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는 상림은 마치 동화속에서 튀어나온 듯 아름답다.
상림의 연꽃은 주변의 온도를 식혀주는 역할까지 한다.

◆자연이 눈부신 느리고 풍성한 고장
함양은 느림의 미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다. 함양의 중심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인 상림이 있다.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1962년 12월 3일 지정된 함양상림공원의 유래는 신라 진성여왕때 고운 최치원 선생이 천령군(함양군의 옛명칭)의 태수로 재직할 당시 백성을 재난으로 부터 보호하기 위해 조성한 것이다. 당시 함양읍 중앙을 흐르는 위천수는 자주 범람해 홍수피해를 냈다. 최치원 선생은 위천수의 범람을 막기 위해 강변에 둑을 쌓고 나무를 심어 지금까지 이어오는 숲을 조성했다. 인공림이라 하지만 1100여년의 세월이 더해진 천년의 숲이다. 상림에는 40여종의 낙엽관목 등 116종의 나무가 1.6㎞의 둑을 따라 조성되어 있어 아이들의 자연학습체험지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무엇보다 상림은 연꽃단지로 유명하다. 백련과 홍련 황련 분홍련까지 눈이 가는 곳마다 화사하기 이를데 없는 연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상림 뒤편으로 조성된 자전거 도로를 통해 바람을 가르며 연밭을 구경할 수 있다. 연꽃의 수려한 모습을 담으려는 사진가들이 분분하게 셔터를 누르기 바쁘다.
상림은 신록이 우거진 봄철이나 녹음이 푸르른 여름 단풍이 물든 가을 설경이 눈부신 겨울 등 어느 철이어도 절경이다. 특히 여름철 상림은 숲 속 나무 그늘에 돗자리를 펴고 누우면 도심속 신선의 정취를 느낄 수 잇다.
열매에서 뿌리까지 온전한 형태의 산양삼을 캐고 즐거워 하는 등산객

◆진시황의 불로초 산삼의 기운이 그대로
중국을 통일했던 진시황은 불로장생하기 위해 서복을 보내 불로초를 구해오라고 했다. 야사이긴 하지만 진시황이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찾아 온 곳이 바로 함양이라고 한다. 함양은 전국에서 게르마늄이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어 산삼과 산나물 산약초가 자랄 수 있는 최적의 장소로 알려져 있다. 함양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지리산과 덕유산 2개의 국립공원을 끼고 있다. 1000m가 넘는 산봉만 34개나 되다 보니 옛부터 산삼 생산지로 이름이 높았다.

산속에 자생하는 산삼은 아니지만 산에 씨를 뿌리거나 모종을 심어 기른 산양삼(山養參)이 산자락마다 가득하다. 종자를 산에 뿌렸다는 것만 인공적인 뿐 나머지는 모두 자연이 만들어준 것이다. 농약을 칠리도 없고 거름을 주어 힘을 돋우지도 않았지만 자연의 정기를 가득 머금고 영약이 된 것이 바로 산양삼이다. 함양의 산양삼은 대개 해발 500m이상에서 자라고 양질의 부엽토가 영양분을 충분히 공급해 질이 뛰어나고 약효가 높다고 한다. 산양삼의 맛은 처음에는 쌉싸름하지만 씹으면 씹을 수록 뒷맛이 향긋하다.

산양삼은 예부터 원기회복을 도와주고 성인병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명약. 5월에서 11월까지 수확한다. 봄 삼은 잎과 줄기까지 먹고 가을 삼은 뿌리만 먹는 게 좋다고 한다. 한국산양삼협회장을 맡고 있는 김윤오씨는 오도재 정상 아래 삼봉산과 법화산 사이에서 산양삼 농사를 짓고 있다. 김씨는 산밭에 옻나무를 심어 항균작용은 물론 산양삼의 질병을 억제하는 일석이조 농사법을 개발했다.
구름이 걸린 오도재 정상에서 산삼향 가득한 삼계탕을 먹으면 그야말로 신선이 부럽지 않다.

여행정보
산삼의 영양이 듬뿍! 산삼삼계탕

■맛집:대장금(055-964-9000)은 맛깔스런 한정식으로 유명하다. 조·수수·콩·쌀 등 4가지 밥과 구수한 된장찌개는 물론 20여 가지의 밑반찬이 훌륭하다. 지리산오도재관광농원(055-962-5777)은 산양삼옻닭백숙이 유명하다. 산양삼과 옻나무, 당귀, 대추, 녹각 등 10여 가지 재료를 넣어 푹 삶아낸 백숙은 맛은 물론 영양도 만점. 이외에 옥연가(연음식, 055-963-0107), 칠선산장(산채정식, 055-962-5630), 읍민각(흑돼지생고기, 055-963-6262) 등
■숙박:개평마을 언덕에 자리 잡은 정일품농원(1577-8958)은 한옥펜션이다. 일두 선생의 16대손인 정도상씨가 운영하는 이곳은 한옥체험관과 전통식품 제조 및 체험장, 황토 찜질방 등을 갖추고 있다. 뒤뜰에는 야외 소공연장이 마련돼 있고 신토불이 밥상도 훌륭하다. 이외에 지리산자연휴양림(055-963-8133), 용추자연휴양림(055-963-8702), 반달곰산장(055-962-5353), 초록마을펜션단지(055-963-8348), 한일리조트(055-964-0097) 등
■찾아가는 길: 서울→경부고속도로→대전 비룡분기점→대전·통영간 고속도로→함양IC→함양읍
■주변 볼거리: 화림동계곡은 정자투어를 할 수 있다. 계곡을 따라 농월정, 경모정, 동호정, 거연정, 군자정 등이 그림 같이 앉아 있다. 이외에 상림, 지리산, 남덕유산, 백운산, 서암정사, 백무동계곡, 용추계곡, 용유담, 지안재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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