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골프 개별소비세 인하, 결코 ‘부자 감세’ 아니다

2012-08-01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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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찬명 한국골프대학총장·체육학 박사

우찬명 한국골프대학 총장


지난달 21일 청와대에서 대통령 주관으로 열린 ‘내수활성화를 위한 민관합동토론회’에서 국내경기 활성화를 위해 회원제골프장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를 폐지하거나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그 이후 일각에서 이를 ‘부자 감세’의 전형적인 사례로 간주하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들은 왜 골프를 부자들만 즐길 수 있는 스포츠라고 단정하고 있는 것일까? 요즘 인터넷을 보면 5만원이면 중고골프클럽 한 세트를 구할 수 있다. 복장도 그저 평범한 운동복이면 된다. 라운드 비용은 조금 비싸지만 그 비용의 반 이상이 세금이다. 골프에 대한 세금을 스키장 정도로만 낮추더라도 수도권은 10만원 미만, 지방은 5만원 미만이면 다섯 시간동안 골프와 부대시설을 즐길 수 있다.

과거와는 다르게, 요즘 골프를 즐기는 계층은 자영업자나 샐러리맨 등 중산층이 많다. 심지어 전남 완도 근처의 한 섬에서는 마을주민의 반 이상이 배를 타고 육지에 건너가 골프를 즐기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골프를 한 번 칠 때마다 매번 2만5000원가량의 직접세를 부담한다. 이밖에도 이들은 볼링, 스키 등 다른 스포츠에 비해 최고 수십 배에 이르는 간접세까지 부담해야 한다. 결국 이번에 검토되고 있는 개별소비세 인하는 부자감세가 아니라 비상식적으로 중과됐던 세계 최고수준의 골프세금을 일부 정상화하겠다는 것이다. 세금을 너무 비싸게 부과하니 오직 골프만을 하기 위해 해외로 가서 쓰는 비용이 너무 많아 이를 조금 줄여보겠다는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골프를 잘 치면 영웅대우를 받는다. 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한 골프선수들은 병역혜택을 받았고, 미국 프로골프투어에서 우승한 박세리, 최경주 등은 체육훈장을 받았다. 그렇지만 정작 골프를 좋아하는 일반국민들은 카지노에 비해 4.2배, 경마장에 비해 24배에 달하는 ‘징벌적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 아마추어 대회에 나가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기 전까지의 골프 꿈나무들도 마찬가지다.

개별소비세 인하는 골프장보다는 골퍼들, 그 중에서도 부자골퍼들보다는 그린피 1만∼2만원을 아까워하며 저렴한 골프장을 찾아 나서는 서민골퍼들에게 희소식이 될 것이다. 이들은 조금 더 저렴한 비용으로 골프를 즐길 수 있게 되고, 단지 골프를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사치시설을 이용한다는 낙인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세금인하로 골프장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골프장 주변에서 일하는 수십만 명의 캐디, 일용직 근로자, 식당주인 등에게도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올해 초 프로골퍼 최경주가 한 일간지와 한 인터뷰 내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왜 골프가 나쁜 이미지를 갖게 됐는지 생각해 보자. 골프에 각종 세금을 다 붙인다. 당연히 그린피가 비쌀 수밖에 없다. 법을 만드는 분들이 서민들 위한다고 그렇게 했다. 골프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 편가르기가 돼버렸다. 그러면서 본인들은 대부분 골프를 한다. 언론은 그 걸 잡아내 ‘누가 3·1절에 골프를 쳤다’는 식의 보도를 한다. 골프는 죄가 없다. 그렇게 만든 사람들이 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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