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나연(25· SK텔레콤)은 골프규칙과 관련된 얘깃거리를 가끔 제공한다.
최나연은 9일(한국시간) 열린 2012US여자오픈 최종일 10번홀(파5)에서 트리플 보기를 할 때에도 자잘한 화제를 낳았다. 볼이 워터 해저드에 빠졌는데, 왜 티잉 그라운드로 돌아가서 치는가에 대한 궁금증도 있을 법하다.
외신과 최나연의 설명을 종합해본다. 그 홀에서 최나연의 드라이버 스윙은 템포가 빨라지며 훅성 구질로 연결됐다. 페어웨이 왼편은 래터럴 워터해저드(빨강 말뚝)다.
최나연 일행은 볼 낙하지점에 갔으나 볼은 발견되지 않았다. 한 자원봉사자가 볼이 물에 빠지는 것을 봤다고 한 모양이다. 그래서 경기위원은 일단 볼이 워터 해저드에 빠진 것으로 간주했다.
그 다음은 볼이 ‘해저드 경계선을 최후로 넘어간 것이 어디냐?’는 문제가 남았다. 그래야 정확한 드롭지점을 정할 수 있는 까닭이다.
이 때에는 마셜, 동료 선수, 포어 캐디, 방송 중계요원, 자원봉사자 등 가운데 볼 궤도를 적확히 본 사람이 있으면 경기위원은 그들의 말을 준용해 판정을 내린다(재정 34-3/9).
최나연은 나중에 인터뷰에서 “볼이 떨어진 지점이 해저드 안쪽인지, 바깥쪽인지에 대한 이슈가 있었다. 반대편 러프에서 있었던 자원봉사자가 봤을 때 안쪽이었다고 얘기를 했지만, 증명할 길이 없었다. 그래서 다시 티잉그라운드로 돌아가서 플레이를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선뜻 이해가 안된다. 이 말만 가지고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없다.
이와 관련해 미국골프협회(USGA) 홈페이지에 게시된 내용을 보자. 경기위원은 친 볼이 ‘A∼B’의 궤도로 해저드 초입(티잉그라운드 쪽, B지점)을 지나 들어갔기 때문에 드롭도 그 지점(B) 부근에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C∼D’의 궤도로 해저드에 들어간 상황(드롭구역은 D지점)이 아니라는 해석으로, 선수에게 불리하다.
최나연은 경기위원 판정대로 B지점 인근에 드롭하려다 보니 라이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티잉 그라운드로 돌아가서 치는 옵션(규칙 26-1/a)을 택했다. 당연히 거리와 스트로크의 벌이 동시에 따랐고 결국 그는 트리플 보기를 했다. ‘C∼D’의 궤도로 판정받았더라면, 보기 정도로 막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유사한 사례가 있다. 2004년 한국오픈에 출전한 어니 엘스가 우정힐스CC 8번홀(파5)에서 이런 경우를 당했다. 그 홀 역시 왼편에 대형 래터럴 워터해저드가 있다. 경기위원은 볼이 다이렉트로 연못에 들어갔다고 주장했고, 선수는 오른쪽으로 날아가다가 페어웨이 근처에서 휘어 해저드로 들어갔다고 어필했다. 결국 선수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엘스는 해저드 후방(티잉 그라운드쪽)에 드롭하고 다음샷을 했다.
또 레이크사이드CC에서 열린 신한동해오픈 때 배상문이 남코스 6번홀(파5)에서 이런 경우를 당했다. 당시 동반 플레이어(마커)는 양용은이었다. 배상문은 볼이 페어웨이쪽으로 가다가 휘어서 연못에 들어갔다고 주장했고, 양용은은 곧바로 들어갔다고 주장하여 서로 얼굴을 붉힌 적이 있다.
분명한 증거나 증인이 없으면 이처럼 논란이 벌어진다. 대부분 경기위원의 판정대로 진행된다. 선수에게 불리할 수 있다. 최나연도 그런 사례다. 최나연이 우승하지 못했더라면, 이날 경기위원의 판정은 논란의 중심이 될 수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