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들이 대거 몰락하고 법원에서는 경기침체로 부채를 갚지 못하는 사람이 늘면서 채권·채무 사건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한국외식업중앙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폐업한 외식업 사업체는 5만7445개로 2010년(4만7933개)보다 19.8% 늘었다. 반면 신규 사업체는 5만6192건에서 6만1155건으로 8.8% 증가에 그쳤다.
휴업까지 포함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휴·폐업 외식업체는 총 29만8223개로 신규 점포보다 약 5배 많다. 올 들어 5월까지 폐업 사업체 수는 1만9832개다. 경기 침체가 지속될 전망이라 폐업 사업체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불황의 그늘은 법정에도 드리웠다.
상대방에게 받을 돈을 법원에 신청,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민사독촉과 소액사건심판 신청건수가 지난 3년동안 감소세를 보이다 최근 들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독촉사건이 많아졌다는 것은 그만큼 제때 빚을 갚지 못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는 의미다.
◆ 유통·외식·식품업체들 불황에 전전긍긍
소비자와 최접점에 있는 유통·외식·식품업체들의 체감온도는 더 차갑다. 소비 위축은 매출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자 각 업체들은 중저가 제품들을 대거 출시하거나 전방위적인 가격인하를 단행하고 있다. 가격을 낮춰서라도 꽁꽁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다.
가격보다 편의성을 우선하던 편의점들도 경쟁적으로 가격을 인하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현재 상시 가격인하 정책을 펼치고 있다. 소주·라면·우유 등 주요 생필품 9개 품목을 지난 연말 최대 24.1% 인하한 데 이어 최근에는 과자와 음료 등 총 8개 품목을 평균 15.7% 할인하는 '2차 가격인하'를 실시하고 있다.
GS25 역시 다양한 상품에 1+1 행사 및 덤 행사 비중을 늘려 고객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GS25가 현재 실시 중인 플러스 행사 품목은 총 254종으로 지난해 6월(143종)보다 급격히 증가했다. 불황으로 소비가 감소하면서 이같은 플러스 행사는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분위기다.
홈쇼핑 업체들도 고가보다 중저가 제품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다.
NS홈쇼핑이 최근 발표한 '2012년 상반기 히트상품 BEST 10'에 중저가 제품이 대거 포함된 것이 증거다. 상반기 히트 상품의 주요 테마는 실속으로, 가격 거품을 뺀 식품·생활용품 등이 히트 상품에 이름을 올렸다. 실속형 제품들이 1~3위를 모두 차지할 정도다.
패션업체들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경기침체에 비수기인 여름 시즌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유통업체와 마찬가지로 매일 할인행사와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격이다.
프로스펙스는 2년 만에 처음으로 세일을 진행해 신발은 최대 20%, 의류는 40%까지 할인 판매하고 있다. 푸마 역시 지난 1일부터 정기세일을 실시하고 있다.
◆ 다시 고개드는 9900원 마케팅
외식업계에서는 '9900원 마케팅'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한국 피자헛은 '더 스페셜 피자'를 9900원에 판매하는 이벤트를 펼치고 있다. 아웃백스테이크도 식전 브레드부터 수프·메인 요리·커피까지 풀 코스 런치세트를 9900원에 판매한다.
불황으로 업체들의 시름이 깊어지는 것과 관련, 한국유통학회 관계자는 "경기침체가 풀렸다는 소식이 들려오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수치일 뿐"이라며 "아직까지 실물 경기가 풀리지 않아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기 때문에 기업들은 당분간 중저가·실속·할인·플러스 마케팅에 올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