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시장에서 정유4사가 과점하고 있는 폭리구조를 깨면 ‘착한 기름값’의 공급이 가능하다는 주장이지만, 사실상 가격인하가 아닌 정유사에 대한 압박용 카드가 아니냐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석유회사 설립 준비위원회는 현재 국내 정유시장을 정유 4사의 독과점 폭리구조로 규정하고, 캐나다나 시베리아의 값싼 저유황원유을 도입해 현재보다 20% 싼 가격에 휘발유 등 석유제품을 공급할 방침이다.
일단 준비위는 발빠른 모습이다. 인터넷 홈페이지(www. n-oil.co.kr)를 통해 1인1주(1만원) 갖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불과 보름 만에 50억원을 돌파했다. 1차 약정 목표액은 500억원이고, 정부의 설립 허가 검토를 기점으로 자본금 1000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1차 준비위는 1000명의 준비위원, 10만명의 추진위원, 100만명의 약정참여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8월말까지 지역별 조직 결성을 끝내고 회사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작업에 착수키로 했다.
이태복 준비위 상임대표는 “정유 4사가 1년에 5조5000억원씩 이득을 취하고 정부는 유류세로 연간 26조원 이상을 챙긴다”며 “소비자가 기름 공급에 참여하면 기름값 거품을 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작 전문가들은 ‘사상누각’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이다. 또 현실과는 거리가 먼 이상론으로, 본래 취지와는 달리 정유사를 옥죄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먼저 저유황 원유는 정제비용이 덜 드는건 맞지만 우리나라에 정제할 시설이 없다. 게다가 생산량이 적어 물량 확보가 쉽지 않고 운송 루트도 새로 마련해야 한다.
기존 정유사 영업이익률이 2.2%(리터당 18.4원)인 현실에서 기름값의 절반을 차지하는 유류세 인하 없이 대폭적인 가격 인하가 불가능한 것도 현실감이 떨어진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중동산 두바이 원유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과 북해산 브랜트 원유 보다 더 쌌는데 최근 역전되는 상황이어서 상황에 따라 가격은 언제든지 변동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원유의 가격 보다 원유의 안정적인 수급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원유 대란을 막기 위해선 안정적인 거래선 확보에 최우선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유회사를 설립하려면 의욕만으로는 곤란하다. 정유공장도 둬야 하고 트레이딩 인력 확보와 해외 인프라도 구축해야 하는 등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라며 고개를 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