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포커스> 정치권 '대형마트 옥죄기' 시작... 유통가 ‘진퇴양란’

2012-06-04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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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유통업계가 '진퇴양난(進退洋亂)'에 빠졌다.

19대 국회 개원과 함께 정치권의 대형 유통업체 옥죄기가 다시 시작됐기 때문이다. 규제가 심해질 것을 예상하기는 했지만 그 강도에 놀라는 눈치다.

정치권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대형 유통업체들의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회에서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영업시간 제한 및 의무휴업일 지정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새누리당은 지난 18대 국회에서 추진했던 대형 유통매장의 중소도시 신규 입점을 5년 동안 제한하는 내용의 법안을 재발의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민주당은 한 술 더 떠 기존 자정부터 다음날 오전 8시까지 지정됐던 영업시간 제한을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10시까지로 확대시킨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의무휴업일을 최대 월 4회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대형마트들은 정치권의 유통업체 옥죄기 행보에 당황한 눈치가 역력하다. 법안이 개정되면 대형 유통업체들의 손실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월 2회 일요일 강제휴무 만으로도 매출이 5% 가량 줄어든 상황에서 그 피해 규모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이마트는 143개 점포 가운데 79곳, 홈플러스는 129개 가운데 85곳, 롯데마트는 96개 가운데 53곳이 매달 일요일에 2회씩 강제휴무하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선을 앞두고 있어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가 이어질 것은 예상했지만 영업시간 제한까지 확대할 줄 몰랐다"며 "공산주의도 아니고 막무가내 식으로 규제하는 것은 장사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하소연했다.

특히 대형마트에서 오후 9~12시는 피크타임으로 전체 매출 가운데 20~30%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그 손실액는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유통법 개정안은 고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사)한국체인스토어협회는 월 2회 일요일 휴무로 5600여명의 잉여 근로자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영업일수가 줄어들면 단기 아르바이트, 주말 파트타이머, 주부사원 등 비정규직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실제 몇몇 업체들은 감원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도시 출점제한도 논란이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법안에 따르면 인구 30만명 미만 자치단체장은 대형마트 면적이 조례로 정하는 기준을 초과하거나 중소유통업 상생발전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대규모 점포 등의 대한 개설등록 및 변경등록을 금지할 수 있다. 인구 30만명 미만 도시에서 대형마트 출점을 금지시키겠다는 뜻이다.

이 경우, 특별·광역시를 제외한 전국 154개 지자체 가운데 131곳이 포함된다. 전국 지차체 가운데 85%에 달하는 비율이다. 특별·광역시를 포함하면 230곳 가운데 168곳으로 73% 지역에 출점이 금지된다. 현재 전통시장 반경 1㎞ 내 출점이 금지된 상황에서 이 법안까지 통과되 대형마트 신규 출점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이외에도 기존 대형마트의 판매 품목까지 제한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 같은 각종 규제로 소비자들의 불만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주부 임순희씨(53)는 "퇴근 이후 저녁 식사와 장보기를 동시에 하는 경우가 많은데, 오후 9시 이후에 대형마트가 문을 닫는다면 장볼 곳이 마땅치 않다"며 "중소상인을 살리자는 의도는 좋지만 일반 서민에게까지 불편을 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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