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돈 이탈보다 두려운 미국돈 '엑소더스'… 작년 8월 데자뷔?

2012-05-28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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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돈 이탈보다 두려운 미국돈 '엑소더스'… 작년 8월 데자뷔?

아주경제 이성우 기자=금융시장에서 유럽자금 이탈보다 두려운 게 있다. 바로 미국자금 '엑소더스'다. 보통 유럽자금은 투기성이 높은 헤지펀드 자금 비중이 높다. 이에 비해 미국자금은 장기성 자금이 대부분이다. 2011년 8월 급락장에서도 미국자금 이탈이 본격 지수하락을 초래했다. 최근에도 조정이 길어지면서 미국자금 이탈에 대한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들어 24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모두 3조836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이 가운데 영국을 중심으로 한 유럽계가 2조9387억원을 차지했다. 전체 외국인 매도액 가운데 77%에 육박했다. 유럽계에서는 투자은행이 집중된 영국계 자금이 1조8174억원 빠져나가 가장 규모가 컸다. 이어 룩셈부르크(5319억원)와 프랑스(3756억원)가 뒤를 이었다.

이후 추가적으로 1372억원이 넘는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왔다. 이 점을 감안하면 유럽자금 이탈 비중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유럽자금은 애초 단기매매 위주라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유럽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진정되면 언제든지 되돌아올 수 있다. 특히 유럽자금의 주축인 유럽 은행권이 오는 6월 말까지는 핵심자기자본비율을 9%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 투자했던 자금을 일제히 회수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자금마저도 7000억원 이상 빠져나오고 있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뮤추얼펀드와 연기금이 주류인 미국자금은 대체로 주식 매매를 1년에 한 번 미만으로 하는 장기자금 성격이 짙다.

이에 따라 2011년 8월 급락장이 재연될 가능성도 있다. 같은 해 1~7월 유럽계 투자자는 7조원 넘는 자금을 쏟아내며 순매도를 주도했다. 이에 비해 미국이 본격 순매도에 나선 것은 8월부터였다. 7월까지만 해도 7조원 가까이 순매수했다가 순매도로 방향을 틀면서 결국 주가급락으로 이어졌다.

이런 상황이 다시 재현될 수도 있다. 유럽자금이 빠져나갈 만큼 나간 지금 미국자금까지 빠져나간다면 조정장은 바닥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길어질 수 있다.

이는 유럽에서 시작된 위기가 미국 경기 모멘텀 둔화 우려로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시황분석팀장은 "유럽 재정위기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투자자는 한국을 비롯한 신흥국 주식 보유 비중을 줄이고 있다"며 "2011년 9월 이후 처음으로 유럽계와 미국계 자금이 동반 이탈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도 2개월 연속 순매도세를 기록했다"며 "전반적으로 매도 규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미국계 롱펀드가 매도에 나서는 상황이 증시에 부정적인 신호"라고 전했다.

결국 외국인이 얼마나 쏟아내느냐가 향후 지수 향방을 가를 것이다.

김영준 SK증권 연구위원은 "문제는 유럽계보다는 미국계"라며 "또한 공격 성향인 조세회피지역 자금이 얼마나 매물을 쏟아내느냐가 앞으로 외국인 매매 방향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외국인 매물 출회가 대형주를 중심으로 한 공매도 세력 간 이해관계에서 빚어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특히 삼성전자를 보면 매도상위 창구를 미국계가 싹쓸이하고 있어 공매도와 직결된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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