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성우 기자=이달 들어 코스피 폭락세를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현·선물과 연계된 매물을 소화하기 위해 최대 9조원에 달하는 매물을 쏟아낼 수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특히 유럽 상황의 개선이 없다면 이 같은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어 외국인 투자자의 매매 동향을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문가들이 6월 선물옵션 동시만기까지는 외인의 팔자세가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는 만큼, 최근 닷새째 2조원 가까이를 뱉어내고 있는 프로그램매매가 향후 증시의 뇌관이 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 1월부터 4월 말까지만 해도 청산되지 않은 물량이 5조원 수준인 만큼 급락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이달 들어 한 번도 순매도가 쉬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스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전망되는 다음달까지 외국인 매도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연초 이후 5월 이전까지 쌓여 있는 차익 프로그램 매물도 4조8392억원에 달한다. 5월 들어 3조3163억원의 청산 매물이 쏟아졌지만, 아직도 매도 여력이 상당한 셈이다. 특히 최근 선물과 현물 가격 역전 현상(백워데이션)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추가적인 청산 매물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백워데이션 상태에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선물을 사고 현물을 파는 ‘매도차익거래’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전일에도 코스피 급등세를 선물이 따라오지 못하면서 베이시스(현물과 선물 간 가격 차이)가 장중 제로(0) 이하에서 맴돌면서 올해 들어 가장 많은 5500억원 이상의 청산 매물이 쏟아졌다.
심상범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문제는 지수가 떨어질수록 베이시스 역시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라며 “괴리차(평균베이시스-이론베이시스) -1.0에선 차익 프로그램 매물도 현물 매도에 합세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로그램과 연계된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국면이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프로그램매매에서 비차익 매도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는 것도 당분간 반등을 기대키 어렵게 하는 점이다. 코스피200 편입종목 중 15개 이상 종목으로 구성된 바스켓 전체를 사고파는 비차익 거래는 헤지보다는 투기거래의 성격이 강해 시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1조9161억원이 유입됐던 비차익 거래는 5월 들어 단 이틀을 빼고 연속 순매도세를 보이며 1조9439억원어치 매물을 내놨다. 비차익 매도 주체 역시 외국인이다.
김현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유럽 위기가 다시 고조되면서 외국인이 선물 매도로 현물 하락을 헤지하려는 수요가 몰리며 지난 3월 2포인트 수준까지 올랐던 베이시스가 최근 제로(0)까지 내려왔다”며 “베이시스가 0.5포인트 이하에서 머물면 추세적으로 프로그램 매물 부담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외국인이 팔 만큼 팔았다고 안심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조성준 NH농협증권 연구위원은 “그리스가 디폴트를 선언하고 유로존에서 이탈할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에 유럽계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확대되고 있다”며 “여기에 미국의 JP모건이 파생상품 손실을 발표한 이후 금융기관을 제재하려는 볼커룰 강화 우려까지 확산되고 있어 당분간 외국인들의 매도는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