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8월(인상률 4.9%)과 12월(4.5%)에 이어 불과 5개월 만에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전력시장의 상황은 나아진 게 없기 때문이다.
14일 정부당국와 업계에 따르면 지식경제부는 전기요금 현실화쪽으로 가닥을 잡고 한전이 제출한 13.1%의 평균 전기요금 인상안의 상한 폭을 두고 고심하는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경부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 구체적인 수치를 밝혔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며 “서민물가 등을 반영해 정부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만큼 한전의 요청 보다는 낮은 폭으로 오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정부가 일종의 ‘예방주사’로 추진하는 전기요금 인상 명분은 크게 두가지다. 더이상 전기 판매의 적자구조를 유지할 수 없다는 판단과 낮은 전기요금이 전력수요를 증가시켜 전력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8년 이후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발전연료비 급증으로 한전의 구입전력단가는 2007년 대비 41%나 상승했으며 2011년 전기요금 원가회수율은 87%에 불과했다. 전기 100원어치를 판매할 때마다 13원의 손실을 본다는 얘기다.
최근 중국 정부가 에너지 절약을 위해 6월부터 전기요금 누진세를 실시한다고 발표한 배경도 이 때문이다. 중국은 에너지 소비를 최적화하기 위해 사용량에 따라 3구간으로 나눠 계단식 전기요금 누진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같은 이유로 일본의 도쿄전력도 오는 7월 시행을 목표로 평균 10.28%의 요금 인상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은 단기적 처방이라는 지적이다. 전기요금을 인상하면 당장은 소비가 줄어 예비율이 높아지겠지만, 보상 효과에 의해 2~3년 후에는 다시 같은 예비율과 부채난에 직면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산업용 요금의 인상은 신중하지 않으면 에너지 다소비 산업 구조를 가진 한국 경제에서 곧 제조업의 생산 감소와 고용 감소의 직격탄으로 이어진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다.
산업용 전기요금이 지난해와 비슷한 5% 안팎에서 인상된다고 가정하면, 삼성전자와 포스코 등 전력을 많이 소비하는 대기업도 연간 수백억원에 달하는 추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더이상 전기요금 인상에만 의존하지 말고 근원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며 “전기요금이 연료비 변동분을 신축적으로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나 피크시간대와 대량 사용자에게 누진제를 적용하는 등 현실적인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