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엑스포, 단 한번의 기회인가? 단 한번의 위기인가?

2012-05-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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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최병일 기자= 코믹왕국이라는 일본에서도 대표적인 만화가로 손꼽히는 우루사와 나오키의‘20세기 소년’이라는 작품에서는 1970년 오사카에서 열렸던 만국박람회의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1970년대 소년 소녀였던 지금의 40대 일본인들에게는 만국박람회가 추억을 넘어 삶의 귀한 지표였다. 어떤 이들은 1964년 제18회 동경올림픽을 기점으로 일본 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했다고 하지만 일본의 많은 학자들은 만국박람회를 통해 일본인들의 마음이 결속하지 않았다면 오늘날 세계 경제의 주요축으로 성장한 일본은 없었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한다.

일본인들이 말하는 만국박람회가 바로 엑스포다. 엑스포는 산업혁명으로 인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칭을 얻은 영국 런던에서 시작됐다. 1851년 영국 런던의 하이드파크에서 첫 엑스포가 열렸을때 무려 65만명이라는 기록적인 인파가 몰려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이후 엑스포는 미국 프랑스 일본 등 세계 자본주의 역사의 중심부였던 나라에서 번갈아 가며 열리며 인간이 이루어낸 물질문명의 다양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프랑스의 상징과도 같은 에펠탑도 1889년 파리박람회가 낳은 산물이었다.

지난 2010년 상하이 박람회는 ‘떠오르는 용’ 중국의 위상을 한껏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 되기도 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1993년 대전엑스포를 개최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대전엑스포는 5년 주기로 열리는 공식 엑스포인 등록 박람회(Registered Expo)가 아니라 등급 아래인 인정 박람회(Recognized Expo)였다. 이번에 열리는 여수엑스포도 특정분야를 주제로 등록 박람회 개최 연도 사이에 열리는 인정박람회다.

문제는 여수엑스포가 등급이 떨어지는 인정박람회라는 사실때문이 아니다. 등급의 문제를 넘어 이번 엑스포가 과연 무엇을 지향하는지 불명확하다는 것이다. 105개 참가국과 10개 국제기구가 남해안 청정해역에서 인류의 마지막 희망으로 떠오른 해양 보존·이용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한다고 하지만 주제를 명확하게 하는 전시물들이 눈에 띄지 않는다. 컨텐츠가 부실한 것을 넘어 무엇을 보여주려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미리 취재를 한 기자들 사이의 공통적인 의견이었다.

전시물들보다 멀티미디어 기기로 영상물을 틀어주는 전시관이 대다수이다 보니 ‘거대한 다큐멘터리 전시관’같다는 비아냥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엑스포 취재를 마친 기자들에게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바다정원인 빅오(Big - O)와 수족관 뿐이었다는 말까지 나왔다. 교통 숙소 먹거리에 이르기까지 수용태세 문제는 한 두가지가 아니어서 지면에 다 풀지 못할 정도다. 산업혁명이후 인류가 축적해온 지식과 기술 자본과 인력이 총동원된 ‘지상 최대의 국제행사’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여수엑스포는 최근까지 치루어온 다양한 국제행사에서 노정된 문제들이 총체적으로 표출될 양상이다. 잔치가 열리기도 전에 초를 치려는 것이 아니다. 지금이라도 엑스포를 왜 개최하려고 하는지 본질적인 문제를 제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수엑스포가 ‘평생 단 한 번의 기회’가 아니라 ‘평생 단 한 번의 위기’로 기록되지 않으려면 조직위원회에서 엑스포의 본질을 다시 숙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쩌랴! 벌써 해는 서산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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