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대란’ 잊었나… 선거 끝나니 분양시장 ‘들썩’

2012-04-16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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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11만가구 공급..1분기보다 3배↑

(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4·11 총선 이후 건설업체들이 '밀어내기'식 분양에 대거 나설 계획이어서 시장의 소화불량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설사들이 총선을 피해 미뤄뒀던 분양물량을 여름 비수기와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 시작 전에 풀어내려다보니 올 2분기에 공급이 대거 몰린 것이다.

15일 주택업계와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2분기(4~6월) 시장에 나올 신규 분양물량은 11만가구가 넘는다. 이는 1분기 분양실적(3만4600여가구)의 3배 이상 규모로, 봄철이 분양 성수기임을 감안해도 이례적이다.

실제로 지난해 2분기 분양물량은 8만2908가구, 2010년에는 5만8893가구였다. 다만 실제 분양은 50~60%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올해는 전체 분양물량 중 약 30%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내놓는 것이어서 계획 대비 실적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2분기에 분양물량이 몰린 가장 큰 이유는 선거 때문이다. 선거가 다가오면 수요자들의 관심이 정치권에 쏠려 상대적으로 분양시장은 외면을 받게 된다. 또 선거라는 변수에 따른 불확실성도 커진다. 한 대형건설사 주택사업본부장은 "건설업체들이 올해 총선과 대선을 피해 분양 시기를 정하다보니 2분기에 물량이 많이 몰린 것 같다"고 말했다.

지방 분양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것도 이유다. 선거 시기를 피하되 분위기에 편승하려면 지금이 적기라는 판단에서다.

세종시의 경우 이달에만 아파트 5000가구가 쏟아진다. 세종시는 지난해부터 분양이 잇따르고 있지만 투자성이 높다는 소문이 돌면서 청약열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대구 신서, 강원 원주, 경남 진주 등 혁신도시에 줄줄이 분양이 예정돼 있는 것도 같은 이유다.

수도권의 경우 상황이 조금 다르다. 선거를 피해 물량이 집중된 것은 같지만, 지방과 달리 분양시장이 냉각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2분기 예정된 신규 분양물량은 전체의 50%가 넘는 5만9300여가구다. 대부분 더 이상 분양시기를 미룰 수 없다고 업체들이 판단한 물량들이다.

서울의 경우 뉴타운 출구전략에 따라 상대적으로 사업이 빠른 재개발단지 등에서 물량이 쏟아져나온다. 인천·김포·시흥 등 여전히 미분양이 많이 남아 있는 서부권에서도 분양 일정을 더 이상 미루지 못하고 분양 대열에 합류하는 단지들이 적지 않다.

가장 큰 문제는 미분양 양산이다. 2분기 분양물량 중에는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중대형이 상당수다. 하지만 따로 떼어내 분양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어서 건설사들은 미분양을 감수하고라도 분양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계획 대비 실제 분양이 60%라 해도 시장에 6만가구 이상 쏟아져나오는 것이어서 시장이 과연 소화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며 "사업 지연에 따른 금융비용 때문에 분양가를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 지역이나 중대형 아파트는 미분양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상언 유앤알컨설팅 대표도 "수도권은 광교신도시조차 미분양이 나는 상황이어서 공급물량이 몰리면 미분양을 피하긴 힘들 것"이라며 "이 경우 수도권 미분양 규모는 또다시 증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설사 입장에서는 더 이상 분양을 미루기도 힘든 상황이다. 서울·수도권 분양시장이 몇년째 어려움을 겪으면서 계속 분양을 늦춰왔기 때문이다. 경기지역에서 분양을 준비 중인 한 시행사 사장은 "택지를 사들인 것이 7년 전인데 분양을 미루다보니 토지 매입에 따른 금융이자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더구나 올 연말 대선으로 내년 시장 상황을 가늠조차 할 수 없어 미분양을 우려하면서도 분양을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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