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란과 주요 6개국은 이스탄불에서 13개월만에 협상을 재개, 핵 프로그램에 대한 회담국들의 입장에 대해 조율하는 시간을 가졌다. 소식통들은 이란과 미국·영국·프랑스·중국·러시아 등 5개 안보리 상임이사국, 독일이 참가한 이번 회의는 큰 마찰없이 비교적 편안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고 전했다.
캐서린 애슈턴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모두가 상당한 진전이 있기를 바라고 있다”며 “협상에 아직 큰 마찰은 없고 회의 분위기는 대체로 우호적이고 긍정적이다”고 말했다.
사이드 잘릴리 이란 핵협상 대표도 “매우 유익한 회의였다”며 “기존에 부딪혔던 문제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캐서린 애슈턴 대표는 협상 전날 사이드 잘릴리 대표와 3시간동안 만찬회의를 가진으로 알려졌다.
FT는 이란과 6개국 간 이번 협상의 관건은 이란의 핵시설에 대한 이스라엘 또는 미국의 공격을 막을 방안을 찾을 수 있을 지 여부에 달려있다며 향후 논의도 여기에 초점이 모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FT는 이란이 서방국으로부터의 원유 및 금융 제재로 인해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기 때문에 건설적인 접근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서방국들은 이번 협상에서 당장 어떤 합의에 도달할 것으로 기대하지는 않고 있다. 단지 다음 협상으로 진입하는 과정임을 염두에 두고 임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다음달 23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열리는 2차 협상에서도 이번과 같은 우호적 분위기가 연출되긴 어렵다고 내다봤다.
다음 협상에서는 핵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안건이 제시되며 서로 양보를 요구하며 양측 간 팽팽한 신경전이 전개될 전망이다. 이란은 현재 의료용 원자로 가동에 필요하다며 농축 도가 20%인 우라늄 생산에 나섰다. 서방국들은 이란이 강행하고 있는 포르도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폐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군축협회 소속인 피터 크레일 선임 분석관은 “보다 중요하고 기술적인 문제에 접근하는 협상을 시작하기로 한 것만 보면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문제가 산적한 상태”라며 향후 행보가 험난함을 표시했다.
한편 미국이 핵개발 프로그램에 관련해 이란에게 양자회담을 제의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의 현지언론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 미국 대표단은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과 사에드 잘릴리 이란 대표의 양자회담을 제안했지만 이란이 이를 거절했다.
이란은 앞서 러시아, EU, 터키의 회담 제의는 받아들인 바 있으나 미국의 제안은 거절한 것이다. 이란 대표단 관계자는 “미국이 여러번 제의했지만 이란이 거부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