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꼼소' - 서울시의 보이지않는 버스요금 인상 방법

2012-04-01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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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꼼소' - 서울시의 보이지않는 버스요금 인상 방법

▲2012년 3월 16일에 '강동차고지~서대문~은평차고지'에서 '강동차고지~서대문'으로 단축된 주간선버스 노선 370번 [사진 =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아주경제 이준혁 기자) 지난 2월 25일 서울시는 대중교통 성인 운임을 4년 10개월 만에 큰폭으로 인상했다. 이에 따라 간선•지선버스는 900원에서 1050원으로, 광역버스와 마을버스는 1700원과 600원에서 1850원과 750원(이상 교통카드 기준)으로 인상됐다. 150원씩 인상된 이번 성인 운임 인상에 대해 서울시는 "4년 10월만에 인상했다"면서 어렵사리 올린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지만 다수의 교통 전문가와 대중교통 동호인은 서울시가 이런 공식적 운임인상 방법 외에도 여러가지 방법으로 간접적인 인상책을 진행했다 말한다. 환승을 유도하거나 버스를 오래 타도록 해 요금을 많이 내도록 하는 방법 등이다.
그들은 "서울시는 당장 표를 의식해서 '요금을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 말하지 못하고 은근슬쩍 조금씩 간접적인 요금의 인상을 꾀했다"며 "간접적 요금 인상을 위해 노선이 시민 편의와 반대로 기형적으로 변경된 경우도 많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어떠한 근거로 이렇게 말하는 것일까? 2004년 7월의 총개편 이후로 7년 10개월 간에 벌어진 노선 개편에 대해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살펴봤다.

◆상황1 - 2004년 7월 서울시 노선개편 당시 신설됐던 '주간선버스'

서울시가 지난 2004년 7월 서울시 면허 버스노선 전체를 개편하면서 다양한 노선이 새롭게 생겼다.

이 중에서 '주간선버스'라는 노선의 형태가 있다. 서울시내 10개 주간선 축을 통과하는 중거리 이동자를 위한 노선으로(공항로, 경인로, 시흥대로, 강남대로, 송파대로, 천호대로, 망우로, 도봉-미아로, 통일-의주로, 수색로),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은 지난 2004년 6월 17일 4개 법인과 19개 노선의 주간선버스 운영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당시 계약기간은 6년이었다.

서울교통네트웍㈜, 메트로버스㈜, 한국BRT자동차㈜, 다모아자동차㈜가 운행하는 19개 노선은 서울의 동서 방향이나 남북 방향을 관통운행하거나 서울역 등의 도심부와 외곽을 연결했다.

도봉산(서울 동북측)과 석수역(서울 서남측)을 잇는 150번(서울교통네트웍)이 관통형 주간선버스 노선의 예이며 구파발(서울 서남측)과 서울역(서울 도심부)을 잇는 701번(한국BRT자동차)이 도심부 회차형 주간선버스 노선의 예이다.

그러나 현재 등록된 주간선버스 노선은 16개 뿐이며 그것조차 차량의 댓수와 운행 구간은 적잖게 감소되고 변동됐다. 일부 노선의 경우 많은 수요와 달리 구간이 단축되고 댓수가 변경됐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준공영제' 하에서 서울시가 주도했다는 사실이다. '준공영제'가 실시된 이후 서울시 버스 노선의 조정은 시가 노선조정 심의위원회를 개최해서 이를 다루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16일 변경된 19개 노선의 경우도 관련 절차는 같은 방식이었다. 운행거리 20㎞를 초과하는 장거리노선 중 260번 분할, 363•607•710번 단축은 그렇게 시행됐다.

▲2004년 신설된 주간선버스 노선의 2012년 3월 현재 상황

◆상황2 - '준공영제, 1탑승 기본요금제'의 서울시 Vs '민영제, 1탑승 거리비례제'의 경기도

'수도권통합요금제'를 함께 실시 중인 서울특별시와 경기도 그리고 인천광역시의 버스 정책은 운영체제는 물론 요금제까지 은근히 다른 점이 많다.

서울시는 마을버스를 제외한 모든 노선에 '준공영제'를 실시 중이며, 경기도는 농어촌 일부 지역의 노선 외에는 과거처럼 '민영제'를 실시하는 상황이다.

인천시는 간선•지선버스는 '준공영제'를 실시하되 광역•한정버스는 '민영제'를 시행 중이다. 또 환승보조금, 유류보조금, 운영보조금 등 더 복잡하다.

더불어 서울시는 한 노선만을 이용할 경우 기본요금(교통카드 기준 성인 1050원)에 이용 가능한 '1탑승 기본요금제'를 택했고 경기도는 한 노선만을 이용하면 운수사가 기본요금제와 거리비례제를 선택 가능하게 했다. (경기도가 업체에 운임 제도를 선택하도록 허용한 것은 민영제 운영이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준공영제'는 처음에는 노선 운영의 효율 증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였다. 이제껏 비수익 지역은 기피하고 도심과 부도심으로 몰리며 발생됐던 노선의 중복을 해소할 것이라고 전망됐다.

실제 그러한 기대는 초기 상당한 실현을 보였다. 대중교통 서비스가 필요하나 다수 운수사가 가지 않으려는 지역에 버스가 투입된 것이다. 도심부에 과도하게 버스 차량이 몰리는 현상도 다소 해결했다. 최대 5회까지 환승 가능한 정책이 더해지면서 버스 이용이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인접한 인천시와 경기도가 서울시를 따라하기 시작했고, 전국에 '준공영제', '통합요금제(무료환승제)' 신드롬이 몰아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해외에서도 호평받던 정책을 서서히 망가뜨리고 있었다.

◆조치1 - '적자'의 압박, 외부 효과의 망각, 끝내 인위적인 버스차량 감축

2004년 개편 과정에서 적자 발생은 필연적인 것이었다. 비수익 구간의 운행에 나섰고 통합적 운영을 꾀했다. 버스를 여러번 갈아타도 내야할 운임은 줄어들었다. 또한 일용직 수준의 기사 임금을 현실화하는 조치도 한꺼번에 이뤄졌다. 대중교통 이용객이 늘더라도 적자는 필연적으로 발생될 상황이었다.

당시 많은 전문가들은 이를 '교통복지'의 차원에서 생각했다. 도시철도처럼 시에서 운영하지는 않아도 시에서 직접적으로 관리를 시작하면서 더욱 광범위하게 서비스를 운용해 다수의 이동에 효율을 제공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한 대중교통 이용이 편리해져 자기용 이용자가 줄고 교통 혼잡도 줄며 환경 보호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점은 수치로 보이지 않는 이득이란 점도 강조됐다.

실제 초기에는 이러한 점이 부각돼 운영 적자가 나더라도 이를 시에서 탓하지 않았다. 필요한 비용절감의 노력은 하지만 비용절감을 위해서 노선을 쥐어짜는 사례는 사실상 없었다. '정기조정' 및 '수시조정' 등을 하긴 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수요 변화에 맞춰 하면 더욱 나은 결과가 기대되는 조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의 조정은 외부에서 '적자'가 강조되자 노선과 차량에 다양한 형태의 메스를 가한 형태란 부정적인 평가가 많다.

'주간선버스' 노선의 계약 기간이 끝나자 수의 재계약 조건으로 차량의 감축 권고를 취했던 것은 대표적 사례이다. 버스차량을 줄이든지 주간선 버스노선 운수사와 비교해 운송원가 보전액수가 낮은 일반 운수사로 차를 넘겨 옮기란 요구를 업체에 취했던 것이다.

이는 시민의 불편을 생각지 않은 개악이었다. 전자는 차량 숫자가 줄어 승객이 불편해지고, 후자는 차량 숫자는 줄지 않지만 단일 노선을 복수의 운수사가 운영해 관리에 어려움을 끼치는 안이다. 결국 다수의 운수사는 후자를 택해 차량의 숫자의 감소는 막았다.

서울시는 운수사에 금전적인 댓가를 주고 면허를 사서 없애는 '유상감차' 형태로 일부 차량을 시민 모르게 여럿 폐지하기도 했다.

대중교통이용이 불편하다는 시민들의 바람과는 반대되는 방향이었다. 실제 2004년 7월 당시에 있던 8100여 대의 차량은 2월 29일 현재 7534대까지 줄어들었다. 노선의 면허를 경기도의 면허로 전환한 경우도 있지만 이를 감안해도 대략 500여 대가 '유상감차'로 인해 사라졌다. 

반면 서울시가 버스 면허를 새로 발급한 경우는 2회 뿐이다. 국토해양부가 인허가에 관여하는 광역급행버스(M버스) 노선 M7106번, M7111번(서울 신성교통)이다. 그나마 현재 M7111번은 해당 운수사 경기도 소재 계열사로 운수사가 바뀐 상태다. '증차가 필요해' 변경된 경우다.

▲운행구간 20㎞ 이상 장거리 노선의 주요 단축 사례

◆조치2 - "요금을 올린다"고 말은 못 하고…결국 슬그머니 더 받아가는 형태

앞에서 언급한 대로 서울시는 경기도와 달리 '1탑승 기본요금제'를 도입했다.

예를 들면 서울 동북부에 있는 도봉산역에서 서울 서남부에 있는 석수역까지 150번 시내버스로 이동하면 기본요금(교통카드 기준 성인 1050원)만 지불해도 아무런 문제없는 형태다.

만약 이런 형태에 문제를 느낄 경우 '1탑승 기본요금제'가 아닌 '1탑승 거리비례제'를 도입하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도 있다. 현금을 내고 버스 뒤로 숨을 것이 우려될 경우 교통카드 이용유도 차원에서 현금승차 운임 인상이란 형태의 해결 방법도 존재한다.

하지만 서울시는 요금제를 변경하지 못했다. 내부적인 논의도 많았다 전해지나 실행에는 실패한 것이다. 다수 전문가는 이를 "'요금인상'이라는 비판적 의견 제기 자체가 두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서울시는 '1탑승 기본요금제'를 유지하되 많은 장거리 노선을 단축하는 '꼼수'(?)를 적용했다.

16일 여의도 기준으로 노선이 둘로 나뉜 260번은 본래 '신정동~청량리' 구간을 기본요금(교통카드 성인 1050원)만 냈지만 분할 이후 거리비례 운임(21㎞, 〃 1350원)이 부과된다. 운임이 오른 것이다.

노들역~여의도 구간이 단축된 363번과 이대후문~시청역 구간이 단축된 607번의 승객 또한 마찬가지다. 기존 260번 노선 이용객의 경우 신정3동서 타서 여의도를 너머 강북 지역으로 이동하는 사람들은 운임 인상 효과를 적용받고 환승까지 해야만 한다.

이처럼 장거리 노선의 분할과 단축의 사례는 많다. 서울시를 종단 혹은 횡단하던 주간선버스 10개 노선의 경우 31일 현재 2004년 당시와 노선이 흡사한 경우는 절반 뿐인 5노선(140, 150, 160, 270, 360)이다. 나머지는 모조리 '단축' 또는 '분할' 처리됐다.

주간선 버스 노선이 아닐 지라도 긴 노선의 구간 단축은 여럿 보인다. 서울시 내에서 왕복 2㎞ 이상 단축된 장거리(운행거리 20㎞ 이상) 노선이 19개며, 이 중 다수는 10㎞ 이상이 '칼질된' 경우다.

일부 전문가는 이를 "이해와 협조를 구하는 대신 슬그머니 버스 운임을 인상한 노림수"라고 혹평한다. 버스를 환승할 경우 거리와 무관히 기본요금만 받는 '1탑승 기본요금제'에서 '거리비례제'로 운임 부과체계가 바뀌면서 운임을 더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시내버스 노선 260번 분리 안내도 [자료 = 서울시]

◆운임 인상에 대한 시민의 이해를 구하는 자세가 필요한 서울시

다수의 교통 전문가와 대중교통 동호인은 서울시가 국내 최초로 시도한 '준공영제'에 대해선 긍정적인 반응이다. 반면 '1탑승 기본요금제'는 일반 시민과 운행승무원(운전기사)의 이해를 구하고 지금이라도 보완책 마련을 시작해야한다고 말한다. 적자가 계속 나올 수 밖에 없는 제도를 운영하며 적자 폭을 줄이려고 온갖 '꼼수'를 쓰는 현실은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교통평론가 한우진 씨는 "단거리 이동자는 버스를, 중거리 이동자는 도시철도와 급행버스를 이용하게 이끄는 교통 운영정책이 맞다"며 "'1탑승 기본요금제'는 일부 장거리 버스에 많은 장거리 승객들이 몰리게 해 교통의 효율적인 운영과 상반되는 것은 물론 그간 일부 노선들이 그랬던 것처럼 꼭 필요한 장거리 노선 단축의 원인이 된다"고 제도 보완을 제안했다.

이어서 "이제껏 서울시는 이용객들을 이해시키려 시도하지 않았다. 많은 시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 공감을 얻는 정책 수립과 노선 조정 절차의 공유가 필요하다고 여긴다"고 덧붙였다.

실제 버스를 이용하는 '대중교통 동호인'이라 자청하는 김대철 씨는 "시내버스 운영사는 '사기업'이다. 하지만 이용객이 불특정 다수 시민인 것은 물론 '준공영제'까지 시행 중인 상황에 관련 정책에 시민들의 의견은 무시된다. '노선조정심의위원회'에 공무원, 운수사 관계자, 학계 전문가는 물론 '시민단체 관계자'도 참가한다 들었는데 정기조정 시행안을 살펴보면 '거수기'로 의심될 정도"라고 울분을 토했다.

또한 "현재 서울시 대중교통 정책은 '업체 편의를 공무원들이 봐주는 형태'로 보인다"며 "결국 일시 보류됐지만 이번 상반기 조정에 260번은 물론 160번도 노선의 단축이 최종 확정발표된 것이 대표 사례다. 160번은 사람이 많아서 차문에 발 대기도  힘들다. 반면 여의도 가면 260번은 너무 자주와 텅텅 빈다. 260번을 두 회사가 운영해 힘들었다 하지만 시민의 편의보다 우선되는 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교통학 전공 대학생 박지용 씨는 "운수사 편의에 의한 노선 변경이 많다. 옛 161•361•363번이 단축돼 서남권을 떠나며 710•342•350번으로 바뀐 경우, 260번 분할 등등…. 시가 운수사 편의만 봐주려 하니 지역차별이 적지 않다"며 "경원선-4호선-7호선, 경부선-5호선-9호선 등 인근 철도 조건은 거의 비슷한데 버스 차고가 많은 동북권은 버스가 넘치고 서남권은 빈약하다"고 서울시 정책에 아쉬움을 표했다.

취재 중 만난 많은 대중교통 전문가와 대중교통 동호인은 서울시가 점점 '적자 감소'라는 명분과 '업체 편의'를 봐주려 하기 때문에 '시민 편의'가 점점 무시되고 있다며 개선이 필요하다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관계자는 "노선 운행구간이 짧을 수록 배차간격을 더욱 잘 지키게 돼 시민들의 편의가 증진된다. 그래서 되도록 장거리 노선을 줄이려 하는 것이지 다른 의도는 없다"면서 "노선 단축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더불어 차량은 도시철도 9호선 개통으로 일부를 없앤 경우"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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