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은 26일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단독 정상회담을 갖고 “올연말 대선이 나에게 마지막이다. 선거가 끝나면 러시아에 융통성을 보이겠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잘 이해한다”면서 “이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당선자에게 전하겠다”고 답했다. 이어 오바마 대통령은 “푸틴이 나에게 여유를 좀 줘야 한다”고 말했고,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당신의 메시지를 이해한다”고 말했다.
양국 정상은 방송 마이크가 꺼진지 알고 있었다. 논란은 이 대화 내용이 공개되면서 불거졌다. 이 내용은 러시아의 방송 카메라에 녹음돼 ABC방송을 통해 전해졌다. 이날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고, 선거라는 국내 정치적 소재를 갖고 상대국에 이해를 구하는 모양새를 띠었다.
미국은 유럽의 MD는 이란의 핵개발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을 취해 왔다. 러시아는 이는 자국을 겨냥한 것이라며 재검토를 강하게 요구해 왔다. 따라서 유럽의 MD 관련 문제는 양국 간의 핵심 외교안보 갈등 사안으로 부상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MD문제에 유연한 태도를 시사한 것은 재검토를 의미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대선 예비 후보자들은 이를 오바마 대통령의 유약한 외교정책으로 몰아 부쳐 약점으로 삼으려는 분위기다. 공화당 대선 경선후보인 미트 롬니 전 매사추세츠 주지사는 성명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미사일 방어체계와 관련해 러시아에 굴복하려는 신호를 보냈다”면서 “미국 국민은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됐을 때 보일 ‘융통성’을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후보인 뉴트 깅리치 전 하원의장도 “오바마 대통령이 국민에게 해명하지 않은 채 얼마나 많은 국가에 유연성을 약속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사건이 커지자 오바마 대통령을 수행 중인 벤 로즈 백악관 부 안보보좌관은 “올해는 선거의 해이므로 양국 모두 돌파구를 찾기 어렵다는 취지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