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수영 기자) 박창민 한국주택협회 회장(사진)이 박원순 서울시장을 공격하고 나섰다. 21일 서울 논현동 건설회관에서 열린 협회장 취임식에서다. 업계에서는 이례적인 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대형건설업체를 포함해 중견건설업체를 회원으로 둔 주택협회의 신임 회장이 취임 첫날 지자체장을 상대로 주택정책을 비판한 것은 드문 일이기 때문이다.
박 신임 회장은 취임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서울시가 펼치는 뉴타운 정책에 대해 쓴소리를 쏟아냈다. 그는 "서울시의 뉴타운 출구전략은 정부와의 사전 협의나 주민들의 의견수렴 절차 없이 추진되고 있다"며 "토지 소유자 중 10~25%의 소수가 반대해도 사업이 무산될 수 있어 다수의 사업 추진 의사가 무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 회장은 "정책이 빈번하게 바뀌고 심의기준도 강화돼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출구전략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도시계획위원회 심의기준도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시의 국민주택 규모 하향조정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밝혔다. 박 회장은 "국민주택 규모를 현행 전용면적 기준 85㎡에서 65㎡로 축소하기 위해서는 주택법 개정을 비롯해 각종 세제제도 등 20가지가 넘는 법령 및 제도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며 "국민주택 규모가 축소될 경우 중형(전용 65∼85㎡) 주택의 공급 위축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득 향상에 따른 1인당 주거면적 증가 등을 고려할 때 적절치 않은 방안"이라고 지적했다.
박 회장의 이날 발언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소신 발언이라는 의견과 정부에 잘보이기 위한 제스처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건설업계는 "속이 시원하다"는 반응이다. 사실상 서울시에 대한 업계의 불만을 이날 박 회장이 모두 터뜨린 셈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건설업계는 박 시장이 토목사업을 '전시성 낭비사업'이라고 한 것에 대해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한 대형건설업체 관계자는 "토목사업이 없으면 복지사업도 있을 수 없다"며 "모든 사업에는 공간이 있어야 하고, 그 기본인 건축이 빠질 수 있느냐"면서 서울시와 박 시장의 토목 비하 태도에 불만을 터뜨렸다.
업계는 가장 안정적인 주택 수익사업으로 불리는 재건축·재개발에 대한 서울시의 규제 강화에 대해서도 불만을 표시해 왔다. 실제로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달 100대 건설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9%가 "서울시 주택정책 변화로 타격이 예상된다"고 답했다.
하지만 뒤에서 불만을 터뜨린 것과는 달리 앞에 나서서 공식적인 문제점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택업계 관계자는“정부가 규제 완화로 부동산시장을 살리려 하면, 서울시가 반대되는 정책을 내놓아 아무런 효과를 못보고 있다"며 "주택협회장으로서 당연히 해야할 소신 발언"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신임 협회장이 정부를 의식한 멘트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국민주택 규모 축소를 법령과 제도 정비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시행하지 않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협회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사업이 많은 만큼 신임 회장이 정부 눈치를 보면서 한 발언 아니겠느냐"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