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칼럼> 숲 안에서 여유 찾기

2012-03-0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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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대학교 산림환경과학과 박종민 교수

2001년 한국갤럽의 조사에 의하면 18세 이상의 우리 국민 가운데 가장 많이 참여하고 있는 야외 휴양활동은 등산(산행)이며, 연간 1회 이상 등산하는 인구가 75%로 나타났다. 십여 년이 지난 현재에는 등산(산행) 인구가 훨씬 더 많아졌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그 이유는 크게 사회적·개인적·정책적 요인의 세 가지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다.

먼저 사회적 요인으로는 조기퇴직 인원 증가, 여가의 확대, 투어형 등산의 확산, 등산동호회의 활성화, 환경단체의 체험활동 프로그램 활성화 등이 있다. 개인적 요인으로는 시간적 여유가 상대적으로 많고 건강에 관심이 높은 중·노년층과 여성층이 등산인구로 많이 유입된 것, 적은 비용으로 많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여가활동이라는 장점이 있다. 정책적 요인으로는 산림청을 비롯해 국립공원관리공단과 지자체에서 산과 숲의 다양한 이용서비스 확대, 생활권 주변의 보행형 산행코스의 개발확대, 숲해설가의 배치를 통한 등산의 만족도 향상 등을 꼽을 수 있다.

일반인들의 등산 목적은 일부 자연과의 만남을 중요시하는 경우도 있지만 주로 건강증진, 관광여행, 스포츠적인 것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산을 빠르게 오르내리는 사람을 주위에서 많이 본다. 얼마 전 모 TV에서는 산을 뒷걸음으로 대단히 빠르게 내닫는 소위 달인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감탄을 자아내게 한 적이 있었다. 이렇게 빠른 걸음으로 정해진 코스를 주파하는 등산활동에서는 산과 숲 그리고 그 안에 살아 숨 쉬는 수많은 생물적 및 비생물적 요소들이 지니고 있는 경치, 향기, 소리들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다.

숲 속에서 느끼는 여유와 정서란 어떻게 오는 것일까? 숲 속에서 오감을 열고 느릿하게 걷고 한가롭게 휴식하면서 느끼는 사색, 기쁨, 고마움, 기다림, 희망, 행복 등이며 그것들로 인해 파생되는 여유라고 하겠다. 휴식의 한자인 ‘休息’을 풀어보면 ‘사람이 나무 옆에서 마음을 자유롭게 풀어놓는 것’이 된다. 풀어놓아야 할 마음이란 평소 생활 속에서 가지는 반목, 갈등, 경쟁, 욕심 등이며, 이것들이 빠져나간 자리에 남을 배려하고 화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숲 속에서 가질 수 있는 여유와 즐거움 가운데 으뜸인 것은 독서가 아닌가 생각한다. 처사 안석경(1718-1774)은 산 속에 머물면서 독서하는 일이 세상의 어떤 다른 즐거움과 바꿀 수 없는 열락(悅樂)임을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대개 국가권력을 쥐고 9년 동안의 치적을 이룬다고 하여도, 9일 동안 산에 있는 즐거움과 바꿀 수는 없다. 하물며 고요하게 독서하고 한가하게 음송하여 깊은 이치를 천천히 찾아나가고 깊은 맛을 상세히 맛봄으로써 (중략) 사람의 정신과 뜻에 보탬을 줌에야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가능하다면 산을 좋아하는 많은 국민들이 근육운동 위주의 산행에서 탈피하여 숲 속에 담겨 있는 것들을 오감으로 느끼고 완상(玩賞)하는 느린 산행을 많이 하면 좋겠다. ‘채근담’에는 “談山林之樂者未必眞得山林之趣(숲 속의 즐거움을 말로 하는 자는 숲의 참맛을 아직 제대로 알지 못함)”라 했다. 말은 아끼면서 숲 속 활동을 통해 즐거움과 여유는 마음껏 누리면 좋겠다. 이렇게 될 때에 우리나라의 산들과 숲들과 숲길들과 그 안의 모든 생명체들도 더불어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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