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민 장관은 국무총리실장과 지식경제부 1차관을 역임한 정통 경제 관료 출신으로 지난해 9월 복지부에 입성했다.
그의 임명은 감기약 등 가정상비약의 슈퍼마켓 판매를 담은 약사법 개정안을 임기 내에 처리하겠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것으로 풀이됐다.
실제 지지부진하던 개정안 처리가 속도를 낸 것은 임 장관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임 장관은 감기약 슈퍼판매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수차례 드러냈다.
취임 직후에는 약사법 개정안을 반대하고 있는 약사회 관계자 등을 만나 설득 작업을 벌였다.
국회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야의원을 일일이 만나 감기약 슈퍼 판매의 당위성과 조속한 처리를 요청했다.
그 결과 개정안은 지난 2월14일 상정 일주일 만에 법안심사와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지난해 10월 복지위에 넘어왔으나 약사 눈치를 보느라 심사조차 거부했던 여야가 입장을 바꾼 결과다.
통과된 약사법은 해열진통제와 감기약, 소화제, 파스류 등 20개 품목에 한해 24시간 영업장소에서 판매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임 장관은 복지위 통과 직후 환한 웃음으로 승리를 자축했다. 약사들은 탄식을 내질렀다.
상임위에서 처리된 만큼 본회의 통과는 시간 문제로 여겨졌다.
복지부는 빠르면 오는 8월부터 시행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복병이 등장했다. 법제사법위원회가 발목을 잡은 것이다.
약사법 개정안은 지난달 27일 법사위 전체회의에 상정됐으나 정족수 미달로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법사위는 2일 다시 전체회의를 갖고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본회의 일정이 잡혀있지 않아 국회 통과는 요원한 상태다.
임 장관이 강도높게 추진했던 약사법 개정안이 결국 18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다.
복지부는 아직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약사법 개정안 처리를 요구하는 여론이 높아 법사위에서도 신중하게 검토할 것으로 본다”며 “법사위를 통과할 경우 5월 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도 남겨져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