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삼국지 기행 30 후베이성편> 7-1.간담이 서늘해진 조조군-당양 장판파

2012-02-06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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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판파 전투 당시 조자룡이 단기필마로 홀로 조조의 적진으로 뛰어들어가 아두를 구하고 빠져나오는 모습을 그린 그림.
(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조조가 백만대군을 이끌고 무서운 기세로 쳐들어 오자 유비는 수십 만명의 백성과 함께 피난길에 오른다. 조조군에 쫓기다가 다다른 곳은 바로 당양(當陽). 조조가 기병 5000명을 급파해 공격하자 유비는 간신히 목숨만 건져 달아난다. 그러나 유비의 식솔과 백성들은 뒤쫓아 온 조조군에게 추격 당해 바로 이곳 당양(當陽) 장판파(長板坡)에서 겹겹이 포위된다.

비록 장판파 전투에서 유비군은 조조군에 패했지만 장판파 전투는 조자룡과 장비라는 두 영웅을 탄생시켰다. 중국 대륙 극장가를 휩쓸었던 우위썬(吳宇森) 감독의 영화 ‘적벽대전:거대한 시작’의 첫 부분에 조자룡과 장비가 조조군과 숨막히는 혈전을 벌이던 그 스펙터클한 전쟁신이 바로 당양 장판파 전투 아닌가.

조자룡이 홀로 조조의 100만 대군 속으로 진격해 유비의 아들을 구하고, 장비가 홀로 장판교에 서서 조조의 백만대군을 호통쳐서 물러나게 한 전설 속 영웅담의 무대를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해 취재진은 발걸음을 서둘렀다.

후베이성 당양시내를 가로지르고 있는 장판로. 장판교전투에서 이름을 따와 지은 도로 이름이다.


효정전투 유적지에서 약 1시간 가까이 걸려 당양에 도착했다. 당양 시내를 동서로 가로지르고 있는 것은 창판로(長板路)다. 장판교 전투에서 이름을 따서 창판로라 불린다. 창판로 양 옆으로는 현대식 건물이 즐비하다.

차량으로 창판로를 따라 달리면 저 멀리 장판파 공원 앞 로터리 한복판에 조자룡 동상이 우뚝 서 있다. 높이 3.5m, 무게 20t 가량의 거대한 조자룡 동상은 당양시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다.

장판파 공원 앞 로터리 한복판에 우뚝 서 있는 조자룡 동상.


장판교 전투 당시 조자룡이 유비의 아들 아두를 갑옷의 품속에 넣고 조조군을 단기필마(單騎匹馬)로 헤치고 나오는 모습을 동상으로 제작한 것이다. 그러나 시내 중심에 위치해 있어 자동차 경적소리, 상인들의 호객행위 등 시끄러운 도시 소음에 묻혀 간신히 그 자리만 지키고 있는 듯 했다.

주변에는 자룡호텔(子龍飯店), 장판파여행사, 자룡로 등 과거 조자룡이 장판파에서 조조군을 휘저었던 활약상을 기념하며 이름 지어진 상점들이 몰려 있다. 이곳 사람들의 조자룡 사랑을 알만하다.

장판교 공원 주위에는 과거 조자룡이 장판파에서 조조군 진영을 휘젓던 활약상을 기념해 이름 지어진 상점들이 많다.

장판교 공원 주위에는 과거 조자룡이 장판파에서 조조군 진영을 휘젓던 활약상을 기념해 이름 지어진 상점들이 많다.


장판파 공원입구. 입구 뒷편으로 자룡각이 보인다.


조자룡 동상을 뒤로 하고 취재진은 장판파 공원 입구에 들어섰다. 장판파 공원은 당양 시내 서쪽의 경사진 언덕 위에 위치해 있다. 과거 유비군과 조조군이 전투를 벌였던 것을 기념해 지난 1930년대 공원으로 조성해 놓은 것이다.

장판파 공원 입구에 들어서면 계단 위로 자룡각이 있다.


입구를 지나 층계를 올라서면 이층누각으로 된 자룡각(子龍閣)이 나온다. 안에는 흙으로 빚어 채색한 것처럼 보이는 조자룡 상이 모셔져 있다. 흰 얼굴, 짙고 검은 눈썹, 굳게 다문 입술, 불끈 쥐고 있는 주먹이 인상적이다. 다소 투박해보이며 어딘지 모르게 엉성한 느낌이 든다.

자룡각 안에 모셔놓은 자룡상.


자룡각을 지나면 언덕배기 위에 시민들이 휴식을 즐길 수 있도록 조성해 놓은 야외 공원이 나온다. 공원 한가운데 장판웅풍(長板雄風) 비석이 덩그러니 서 있다.

'장판웅풍' 비석. 조자룡의 장판파 전투 활약상을 비석 뒷편에 새겨놓았으니 세월의 풍파탓인지 비문이 닳아 읽기 힘들다.


명나라 1582년 장판파 전투를 기념하기 위해 세웠다는 이 비석은 세월의 풍파를 겪은 탓인지 비문이 닳아서 글씨를 알아보기 힘들다. 안내원은 “조자룡이 홀로 적진에 뛰어들어가 유비의 아들을 구한 이야기가 적혀있다”고 설명했다.

그 옆에는 바로 조자룡의 장판파 전투 일화를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조자룡이 품 속에 아두를 안고 창과 칼로 에워싼 조조군을 무찌르며 적진을 빠져 나오는 모습이다. 당시 조자룡이 얼마나 용맹을 떨쳤으면 조조가 그의 싸우는 모습에 반해 사로잡아 자기 사람으로 만들고자 했겠는가.

장판파 전투 당시 조자룡이 품 속에 아두를 안고 창과 칼로 에워싼 조조군을 무찌르며 적진을 빠져나오는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장비가 장판교 다리 앞에서 고함을 질러 조조군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는 장면을 재현해 놓았다.


저 편으로는 장비의 활약상도 재현해 놓았다. 장판교 다리 앞에서 두 눈을 부릅뜨고 호랑이 수염을 추켜 세운 채 조조군을 향해 고함을 질러 조조군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는 바로 그 모습이다.

그러나 세월의 풍파 탓인지 관리가 허술한 탓인지 장비의 팔뚝은 어디 갔는지 보이질 않고 색칠까지 다 벗겨져 있는 것이 흉물스럽기 짝이 없다.

당양시 외곽에 가면 실제로 조자룡이 유비의 아들 아두를 구했다는 전설이 내려오는 ‘냥냥정(娘娘井)’도 볼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대규모 도로 공사로 냥냥정을 찾기는 쉽지 않다.

미부인이 아두를 조자룡에게 맡기고 몸을 던져 뛰어내렸다는 냥냥정. 민간 주택가에 있어 찾기가 쉽지 않다.


흙투성이 공사판을 지나 어느 골목길로 깊숙이 들어서자 웬 민가 주택가가 나오고 울타리에 둘러싸인 우물이 하나 보였다. 옆에는 ‘냥냥정( 娘娘井)’이라 쓰여진 비석도 함께 세워져 있다.

장판파 전투 당시 조자룡에게 아들을 신신당부한 유비의 둘째 부인 미부인이 상처를 입은 자신이 혹시라도 짐이 될까 몸을 던졌다는 바로 그 우물이다. 조자룡은 미부인이 조조군에게 혹시나 해를 당할까 싶어 담벼락을 허물어 우물 입구를 막는다. 그리고 아두를 보자기로 감싸 갑옷 안에 품고 조조군의 적진을 빠져 나온다.

지금은 이 우물이 이곳 주민들의 빨랫물이나 허드렛물로 사용된다고 하니 이 우물이 소설 삼국지에 나왔던 실제 우물은 아닌 듯싶다.

안내원은 “우물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는 미부인이 아두를 품에 안고 조조군을 피해 숨어있었다는 태자교(太子橋)도 있으나 지금은 도로 공사 때문에 갈 수 없다”고 말했다.

당양시 곳곳을 둘러보니 어느덧 해가 지고 서서히 어스름이 깔린다. 취재진은 마지막으로 장비가 장판교 전투 당시 활약했던 그 현장에 도착했다.

장비가 고함을 질러 조조 100만대군을 물리쳤다는 현장. 지금은 장비의 활약상을 기념하기 위한 비석만 세워져 있다.


소설 삼국지 삼국연의에서 장비는 장판파 전투에서 쫓아오는 조조군을 물리치기 위해 20마리의 말 꼬리에 빗자루를 매달아 먼지를 일으킴으로써 군사가 많은 것으로 위장했다.

그리고는 쫓아오는 조조 백만대군을 향해 강의 다리 앞에 장팔사모를 들고 홀로 서서 조조군을 향해 눈을 부라리며 “내가 바로 장비다. 누구든지 목숨이 아깝거든 물러나라”라고 고함쳤다.

장비의 고함소리에 간담이 서늘해진 조조군은 감히 덤빌 엄두를 내지 못했다. 심지어 소설에서는 말이 놀라 발버둥치자 조조의 명장인 하후걸이 낙마해 사망했다고 묘사돼 있다. 장비가 다리를 끊고 조조군을 물리쳤기에 유비 일행은 무사히 적의 포위를 뚫고 빠져나갈 수 있었다.

장비가 실로 삼국지 속에 묘사된 것처럼 ‘용감함이 비범하고(勇武过人), 거칢 속에 정교함이 있는(粗中有细)’ 장수였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화다.

물론 지금은 장비가 끊었다는 다리도 거친 물살이 흘렀다는 강물도 이곳에 남아있지 않고, 그 위로 아스팔트 포장도로 만이 삭막하게 깔려있다.

다만 당시 장판교에서 장비의 활약상을 기록해 놓은 ‘장비횡모처(張飛橫矛處)’ 비석만이 하나 남아있어 과거 장판교 전투의 유적지라는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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