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16일 발표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고용개선 추진지침’은 공공기관에서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이 과거 2년 이상 근무했고 앞으로도 2년 이상 근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경우에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된다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전체 비정규직 34만1000명 중 간접고용 10만 여명을 제외하면 최대 9만7000여명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정부 방침은 일단 지난 해 11월 정부와 여당이 논의한 공공부문 비정규직 근로자 정규직화 정책보다는 진전됐다는 평가다.
이찬영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 수석연구원은 “고용이 위축된 상황에서 공공부문에서 먼저 장기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요건을 제공해준 것은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공 비정규직 중 일부가 무기 계약직으로 옮겨가며 비정규직의 연장선에 있어 신분이 애매모호한 제3의 근로형태만 늘어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공공부문 비정규직 중 9만 여 명이 무기 계약직으로 이동하면서 고용 양극화에 이른바 중규직이 가운데 낀 삼극화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무기계약직을 정규직으로 동일하게 본다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근로 조건이 상승되는 것은 아니므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면서도 정규직보다 제한적인 임금을 받는 직군이라는 설명이다.
1년 이상 기간제와 시간제 근로자, 무기 계약직에 30만원의 복지포인트와 연평균 80~100만 원 수준의 상여금이 차등지급되는 지침에 대해서도 노동계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날 논평을 발표하고 “지원예산도 없는데 각 기관의 자체 예산으로 집행하라는 것은 힘 없는 대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또한 사업의 계속적 성격과 예산에 따라 무기 계약직으로의 전환 여부가 결정되므로 실효성 논란도 있다.
유정엽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국장은 “정부의 상시적·지속적 업무라는 기준은 근로자 중심이 아닌 사업의 계속적 성격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즉 사업이 계속되지 않으면 해당 근로자의 고용도 책임질 의무가 없다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이번 지침이 그나마 효과를 보려면 각 기관의 채용인원(TO)에 맞게 예산을 짜는 일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는 비정규직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데 드는 비용을 각 기관별 사업비용으로 처리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사업비는 제한돼 있기 때문에 예산에 따라 무기계약직 전환 여부가 좌우되지 않으려면 각 기관의 채용인원(TO)을 구체화하는 예산작업부터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 연구위원은 “공공기관 경영별 평가 항목에 무기계약직 전환을 몇 % 달성했는지의 여부도 평가 항목에 적극 반영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