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5일 “우리금융의 카드 분사보다는 체크카드 활성화에 더 신경 쓰는 게 바람직하다”며 “(분사를) 언급할 상황은 아니다”고 밝혔다.
금융위의 다른 관계자도 “(분사는) 아직 우리금융의 희망사항 수준”이라며 “연말 발표한 카드시장 구조개선 종합대책이 자리를 잡고 레버리지 규제(자기자본 대비 총자산 규모 제한)가 도입돼야 생각해볼 수 있는 문제다”고 잘라 말했다.
금융위가 적어도 상반기까지는 카드사의 카드대출액, 신규 발급장수, 이용한도 등 총량규제를 유지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한 만큼 우리금융의 카드 분사는 사실상 하반기부터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늦어도 다음 달까지 금융위에 카드 분사 승인을 신청해 상반기 중 마무리 짓겠다는 우리금융의 계획은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전날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범금융기관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1~2월 중 금융당국에 승인을 신청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상반기 중 카드사 분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9월 이사회에서 카드 분사를 의결하고 금융위를 상대로 꾸준히 의사를 타진했다.
그러나 국내외 금융시장이 불안한 데다 신용카드의 외형확장을 억제하려는 정부의 정책 방향과 배치한다는 이유로 번번이 핀잔만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이 카드 분사를 고집하는 것은 은행계 카드사에 머무르다 보니 전업계 카드사 위주의 시장에서 도태된다는 판단 때문이다. KB카드나 하나SK카드 등 다른 금융지주사의 카드 분사와 형평성을 맞춰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우리은행에서 카드업을 겸영하는 탓에 전략의 우선순위를 카드에 두지 못하고 마케팅에도 제약을 받는다”며 “그러다 보니 카드시장 점유율이 2008년 8.1%에서 지난해 7.2%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적자금을 받은 금융그룹으로서 카드 사업으로 수익을 많이 내 공적자금을 빨리 갚는 게 정부로서도 좋은 거 아니냐”며 “지주 차원에서 은행·증권·카드를 3대 주력사업으로 육성하려는데 금융위에 발목이 잡혀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범정부 차원에서 신용카드를 억제하고 체크카드를 활성화하겠다고 나선 마당에 우리금융이 엇박자를 내는 것으로 읽힐 수 있다”며 “카드 분사가 우리금융의 가치를 높인다는 것도 그쪽의 논리일 뿐 근거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