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불성실 공시 기업 증가...주가에 악재되는 뉴스 뒤늦게 공표하는 기업 전월대비 38% 늘어

(아주경제 이성우 기자) 증권시장에 불성실 공시가 늘고 있다. 거래처와의 계약 취소 사실을 뒤늦게 밝히는가 하면 수익을 거짓으로 부풀렸다가 적발된 경우까지 있다. 일부 기업들이 연말 결산을 앞두고 악재가 되는 뉴스를 최대한 숨기려 하는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25일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해 지난 10월과 11월, 각각 12건과 16건이었던 불성실공시 건수는 이달들어 23일까지 유가증권시장 6건, 코스닥시장 16건 등 총 22건에 달했다. 지난 23일에는 하루에만 4개 기업이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거나 지정 예고되기도 했다.

야큐텍은 지난 9월 채권자가 회사를 상대로 파산신청을 제기했다가 이를 취소한 일이 있었음에도 이 같은 사실을 제때 공시하지 않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예고 됐다. 같은 날 코아에스앤아이도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예고 됐다. 코아에스앤아이의 최대주주가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가 얼마 뒤 이를 취소한 사실을 밝히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15일에는 엔하이테크가 공급계약 금액이 대폭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유아이에너지는 올해 3월 거래처로부터 입금되지도 않은 돈을 입금됐다고 허위 공시했다가 11월 들어 이에 대한 정정공시를 했다. 유아이에너지는 이달 2일 공시불이행 사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같은 날 에프에스티도 지난달에 자기자본의 18.1%에 달하는 규모의 채무보증을 관계회사에 제공키로 한 사실을 뒤늦게 공시했다는 사유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됐다.

이러한 불성실공시법인들의 특징은 대부분 주가 하락을 불러올 수 있는 사실을 뒤늦게 공표했다는 것이다. 결산기가 끝나가는 12월 연말 시즌을 맞이해 주가를 관리하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업계에서는 평가했다. 실제로 이달 들어 적발된 불성실공시 22건 중에서 5건이 인수·합병(M&A) 취소와 관련되는 등 중대한 사안이었다.

한국거래소는 공시를 제대로 하지 않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예고하고 추가적인 심의과정 등을 거쳐 불성시공시법인으로 최종 지정한다. 불성실공시법인은 벌점을 부과받게 되고, 최근 1년 사이 벌점이 15점을 넘을 경우에는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게 된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회사 경영의 중요 사항을 공시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제재를 받게 되면 나중에 회사에 손해가 된다"며 "꼼수를 부리지 말고 정도 경영을 걷는 것이 결국 중장기적으로 회사를 위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