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쏠림 현상 타개해야
KB·우리·신한·하나금융지주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회사들의 은행 쏠림 현상은 심각한 수준이다.
전체 수익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KB·우리·하나금융의 경우 80~90%에 달한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비교적 잘 짜여 있다는 신한금융도 은행 의존도가 60% 수준이다.
이처럼 ‘은행 = 금융’이라는 공식이 자리잡게 된 것은 주요 금융지주회사들이 은행업을 모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지난해부터 유로존 위기까지 터지면서 수익 다변화를 추진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러한 수익 구조 불균형은 금융지주회사들의 지속적인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사실상 4대 금융지주가 석권한 국내 은행산업 자체가 포화 상태에 달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각 금융지주회사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부터 저축은행 인수, 보험 계열사 경쟁력 강화, 은행과 증권 계열사 간의 협업 확대 등 일련의 조치들이 잇따라 시행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들이 손쉬운 은행 영업으로 과도한 이익을 가져가고 있다는 비판 여론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는 반드시 이뤄야 할 과제다.
◆수익구조 다변화, 장기 계획과 투자 필요
전문가들은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그에 따른 수익 구조 다변화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금융권 인사는 “금융지주의 수익 구조 다각화는 전문인력 영입, 시스템 투자 확대 등 장기간의 실질적인 계획을 통해 가능한 것”이라고 조언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를 인수해 투자은행(IB) 부문의 경쟁력 강화에 성공한 JB모건체이스의 사례처럼 최근의 금융위기는 그동안 정체돼 왔던 수익 구조 다변화를 추진할 적기로 평가받고 있다.
전효찬 삼성경제 연구소 수석 연구원은 “기본적인 예대업무는 포화상태며 다른 사업은 아직 시장이 형성되지 않았거나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양한 방향의 모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전 연구원은 “금융지주사의 최고경영자(CEO)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수익구조 다변화의 필요성을 알고 있지만 당장의 주주들을 만족시킬 만한 실적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도 안고 있다”며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한 지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인수합병(M&A)을 통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할 경우 일본과 같이 금융회사의 필요한 사업부문만 인수하는 방식으로 리스크를 줄이는 방법도 대안으로 제시했다.
또 이 경우 해당 사업부문의 인력 승계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