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비가 간간이 내리는 가운데 포격 당시 순국한 고(故)서정우 하사와 고(故) 문광욱 일병의 흉상 제막식이 열렸다.
“고(故) 서정우 하사와 고(故) 문광욱 일병 너무 보고 싶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이들과 함께 근무했던 해병대 제9518부대 홍승표 상병은 북한이 쏜 포탄의 파편에 맞아 숨진 동료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는 추모 헌시 ‘사랑하는 전우야’를 낭독했다.
“그대와의 원치 않는 이별을 한 지도 벌써 1년이 지났구나. 이곳 연평도에는 그날의 상흔이 남은 채 또 겨울이 찾아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마치 어제 일인 것처럼 그날 일이 떠올라 그대가 너무 보고 싶소.”
홍 상병은 “못다 한 휴가는 잘 갔다 왔느냐”며 서 하사의 안부를 물었고 “견뎌 내기 힘든 아픔과 슬픔이 뼛속까지 사무치는구나. 그대를 지키지 못해 미안하오. 그대의 억울한 원한을 갚지 못해 미안하오.”라며 울먹였다.
해병대 정복을 입고 매서운 눈매를 띈 두 희생 장병은 가로 80cm 세로 80cm 크기의 황동 재질로 된 흉상으로 이날 되살아났다.
해병대 관사로 이동한 참석자들은 포격 당시 이 관사 신축현장에서 일하다 목숨을 잃은 민간인 희생자 고(故) 배복철와 고(故) 김치백씨의 추모비 제막식도 가졌다.
같은 시간 국립대전현충원에서도 연평도 해병대원 박성요 하사가 1년 전 북한의 포격 도발로 숨진 고(故) 서정우 하사와 문광욱 일병을 부르는 소리가 애절하게 울려퍼졌다.
“정우야! 그리고 광욱아! 가슴에 너희를 묻으며 약속한다. 내 조국, 우리나라 이 땅, 이 바다, 우리가 기필코 지켜내겠다고”
전사자 유족과 해병부대원 뿐 아니라 김황식 국무총리, 박근혜 전(前) 한나라당 대표를 비롯한 각계 대표 등 3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1주기 추모식이 엄수됐다.
김 총리는 추모사를 통해 “포탄이 빗발치는 상황에서도 목숨을 바쳐 조국을 지킨 전사자들과 억울하게 희생되신 분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어떠한 위기에서도 대한민국을 지켜내야 할 책임이 있다”면서 “굳건한 안보 위에 이 땅을 평화와 번영의 땅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호국영령들의 헌신에 보답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추모사를 듣고 있던 해병대원들의 눈에서는 북한의 도발로 우리 국민이 희생되는 악순환을 반드시 끊고야 말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추모사 후에는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진혼무와 합창 등이 이어졌다.
한편 대전현충원은 오는 25일까지 매일 오전 11시 서 하사와 문 일병 묘역 앞에서 진혼곡을 연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