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병 현 농협회장과 김병원 전남 나주·남평 조합장, 최덕규 경남 합천 조합장 등이 차기 회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최 회장이 입후보 자격을 상실할 경우 농협 회장 선거는 김병원 조합장과 최덕규 조합장 두 사람의 싸움으로 구도가 바뀐다.
최 회장의 재선을 위한 회장 입후보 자격 논란은 관계회사에 대한 범위 및 정의와 '90일 전 사직의무' 조항에서 불거지고 있다.
최 회장은 농민신문사 상근회장, 농협대학 이사장, 농협문화복지재단 이사장, 농촌사랑운동본부 상임대표를 겸직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농민신문사와 농협문화복지재단 이사장직이 논란의 핵심이다.
◇농민신문사 출연 여부?
농민신문사가 농협중앙회 또는 회원조합의 출연으로 운영되는지에 대한 해석 결과에 최 회장은 회장 입후보 자체를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농민신문사는 1964년 '농협신문'이란 농협의 기관지로 창간됐다. 이어 1976년 '농민신문'으로 제호를 변경하고 1982년 농협중앙회의 새마을 지도부에서 사단법인 '농민신문사'로 독립됐다.
지난 2009년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김우남 의원의 서면 질의에 대한 최 회장의 답변서에 따르면 현재 농민신문사는 농협중앙회 및 회원조합 1200여곳, 계열사 22곳에서 출연하는 회비, 광고, 인쇄물 발간 수익 등으로 운영되고 있다.
출연회비는 연간 1인당 10만씩 총 1억3000여만원이고, 이밖에 장표, 달력, 광고 등 간접지원으로 200억여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회비 납부가 출연인지에 대한 논란은 중앙회 내부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사전적 의미의 출연은 '금품을 내어 도와줌'이며, 법률적으로는 '자기의 재산을 감소시키고 타인의 재산을 증가케 하는 효과를 발생시키는 행위'를 말한다. '학술진흥 및 학자금대출 신용보증에 관한 법률, 정부 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등 대다수의 법률에서는 경비를 지원하는 것을 출연으로 보고 있다.
농협중앙회 노조의 한 간부는 "출연이란 재단법인 설립의 출연과 같이 기본재산을 구성하거나 기금형태의 제공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농업인들이 출자해 만든 농업협동조합인 만큼 출연인지 아닌지를 논하는 것은 농업관련 종사자나 관계자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농민신문사는 최초 농협의 기관지로 설립됐다"며 " 회원조합이 사용하는 각종 장표, 서식, 홍보물, 인터넷 홈페이지 제작 등 농민신문사가 수의계약을 독점하는 등 각종 지원과 함께 신문사 임원 선임 등 사실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서 농협의 특수관계법인이 맞다"고 지적했다.
실제 농협출신 인사가 사장, 편집국장 등 상당수 농민신문사 임직원으로 포진해 있다. 일부는 파견형태의 직원들도 있다. 신문구독 현황 역시 농협회원들이 보고 있는 농수산관련 특수신문이고, 신문사 운영자금이 대부분 농협에서 지원되고 있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 한 관계자는 "농민신문사는 중앙회 및 그 회원조합의 '특수관계법인'이 맞다"며 "지난 국감에서도 확인된 바 있듯이 최 회장은 농민신문사 회장직 상근"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농협 관계법인인 농민신문사의 상근회장을 맡고 있는 현재 '90일전 사퇴' 조항을 위반했기 때문에 후보 자격이 없다는 주장이다.
이는 최 회장이 회장으로 출마하려면 농민신문사 상근회장직을 90일 전에 사퇴했어야 하는데 현재도 유지하고 있어 회장 입후보 자격을 잃었다는 해석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다른 관계자는 "출연출자법인이 아니므로 후보등록하는 데는 문제가 없다"며 "농협중앙회 정관과 농민신문사의 정관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농협중앙회의 정관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 정관 74조(피선거권)는 '본회 또는 회원의 출연으로 운영되는 관계법인의 상근 임원직을 사직한지 90일을 경과하지 아니한자'는 회장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농민신문사의 정관은 제5조(회원의 자격)에서 '신문사의 회원은 농업협동조합법에 의해 설립된 조합과 품목조합연합회 및 중앙회 및 조합의 출자법인으로 한다' 로 못박아 농협중앙회를 회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농민신문사가 농협의 관계법인이라는 뜻이다.
◇ 농협대학, 농협문화복지재단 이사장직은?
농민신문사에 출연 여부와 회원 여부에 대한 유권해석도 중요한 요인이지만 최 회장이 맡고 있는 농협문화복지재단 이사장직은 자격 논란의 핵심이다.
최 회장은 농협중앙회가 직접 4000여억원을 들여 만든 농협문화복지재단 이사장직을 현재까지 유지하고 있다. 재단은 이사장 1인하에 전원 비상임 이사들로만 지배구조를 이루고 있어 최 회장은 실질적인 상근직으로 볼 수 있다.
최 회장은 아울러 학교법인 농협대학의 이사장직도 겸직하고 있다. 농협학원 정관 제23조에 따르면 학교법인을 대표하고 내부 사무를 통할하도록 돼 있다. 직원 임명권, 각종 수당 및 보수 결정에 최 회장이 직접 관여하는 것으로 얄려졌다. 이에 따라 대학 이사장직도 상근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농협 관계자의 설명이다.
최 회장은 오는 12월26일 회장 임기를 만료한다. 따라서 정관의 규정에 따라 오는 18일 차기 회장 선거가 치러진다.
농협중앙회장의 선거일은 임기 만료 이전 40일로부터 임기 만료일 전일까지 실시하되 이사회에서 선거일을 지정하도록 농협중앙회 정관에 규정돼 있다.
이번 선거는 농협중앙회가 최초로 자체적인 선거관리가 아닌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선거관리 사무를 위탁해서 실시하며 이에 따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는 오는 18일 농협중앙회장 선거일로 확정해 지난달 31일 농협중앙회에 통보했다.
선거 공고는 오는 4일, 후보자 등록은 4~10일 7일간 이뤄진다. 임원 선거에 따른 공고는 선거일 전 14일에 하고 후보자 등록기간은 선거일 공고일로부터 공고일을 포함해 7일간 하도록 농협중앙회 정관에 규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