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도 대출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최근 금리까지 오르고 있어 가계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10월 말 기준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은행 등 5대 은행의 전세자금대출 잔액은 16조7851억원으로 지난해 말(11조7396억원)보다 5조712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민주택기금을 제외하고 은행 자체 재원으로 대출해준 금액만 해도 4조9014억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말의 2조2825억원보다 2조6179억원 증가한 수치다. 1년새 대출 증가액이 2배 이상 급증한 셈이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대비 대출 증가액이 3배 가량 늘었다.
은행들의 전세자금대출이 눈덩이처럼 불고 있는 것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전세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10월 말 기준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7년 만에 60%를 넘어섰다.
오른 전세가격을 맞추기 어려운 서민들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메우고 있는 것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팀장은 “부동산 가격이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신규 입주 물량까지 줄어들면서 전세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었다”며 “1억원 미만 전세의 경우 가격이 20% 이상 오른 지역도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에도 전세자금대출 증가세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내년 봄 이사철을 전후로 전세자금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전세자금 대출은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대출 잔액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까지 오르고 있어 자칫 대출 부실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올 들어 전세자금대출 평균 금리는 0.50%포인트 가량 인상됐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산정하는 기준이 다양하지만 대출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요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전체 가계대출 중 전세자금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아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대출 잔액 추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부실을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며 “가계대출 전체로 보면 전세자금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