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성을 비롯한 각종 경영 지표에서 명실상부한 국내 ‘리딩뱅크’ 지위를 공고히 했다.
지난 9월에는 새로운 미래 비전으로 ‘따뜻한 금융’을 선포해 이목을 집중시켰다. 금융권에 대한 대내외 비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시의적절한 화두를 제시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 모든 성과의 뒤켠에는 취임 7개월째를 맞은 한동우 신한금융 회장이 있다.
한 회장의 리더십이 서서히 효과를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올해 남은 과제는 지배구조 개선 작업과 매트릭스 체제 도입을 마무리하는 일이다. 이를 통해 내년부터는 국내를 넘어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 순익 3조 눈앞… 독보적 1위
신한금융은 올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 2조5933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에만 6735억원의 순이익을 추가했다.
이런 추세라면 연말까지 순이익 3조원 돌파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3년 만에 위기 이전 수준을 뛰어넘는 실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3분기 누적으로 순이익 2조원을 가까스로 넘긴 KB금융지주는 물론 우리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 등 경쟁사와 격차를 갈수록 벌리고 있다.
특히 자산건전성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대손비용은 3분기 누적 6735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1.2% 감소했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1.38%로 지난해 말보다 0.08%포인트 낮아졌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그룹의 양호한 자산건전성을 바탕으로 대손비용이 전년보다 크게 감소했다”며 “비용 효율성 제고와 비은행부문 이익 기여가 계속되는 등 그룹의 다각화된 사업 포트폴리오가 빛을 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 내홍 후유증 털어낼 지배구조 개선 마무리
한 회장은 취임 후 100일 내에 새로운 지배구조의 윤곽을 발표하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7월 내놓은 경영승계 계획에는 라응찬, 신상훈, 이백순 등 ‘빅3’의 반목으로 촉발된 신한사태를 종결시키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회장 신규 선임 연령과 연임시 연령 제한을 설정해 제왕적 회장의 출현을 막기로 했다.
또 핵심 계열사 최고경영자(CEO)가 참여하는 그룹경영회의를 신설해 1인 독주 체제에서 벗어나 집단지성을 활용하는 경영 방식을 도입키로 했다.
한 회장은 최근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첫번째 개최된 그룹경영회의에서는 따뜻한 금융을 선언하고 실천방안을 협의했으며 신한은행에서 열린 3차 회의 때는 외화 유동성 관리 현황을 점검했다”며 “그룹 내 의사소통기구로 빠르게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한금융은 기존에 발표된 내용을 토대로 외부 자문사와 공동으로 수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연내 계획을 확정해 이사회에 보고한 후 내년 3월 주주총회 때 정관에 반영할 예정이다.
차기 회장 후보도 그룹 내 인사로 제한하지 않고 외부 인사도 후보군에 포함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신한금융의 자정노력은 대외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다.
지난 9월 세계적인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1년 만에 신한금융 계열사의 신용등급 전망을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사실상 신한금융의 지배구조 리스크가 해소됐다는 것을 인정한 것이다.
◆ 매트릭스 도입으로 PB·WM 경쟁력 강화
신한금융은 내년부터 상업투자은행(CIB)과 프라이빗뱅킹(PB), 웰스매니지먼트(WM) 부문에 매트릭스 체제를 도입키로 했다.
그룹 전체의 조직 체계를 매트릭스 방식으로 전환하는 대신 당장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부문부터 우선 적용하는 이른바 부분적 매트릭스 체제다.
한 회장은 “매트릭스 체제는 부작용도 있어 걱정스러운 게 사실이지만 PB 등 고객의 니즈가 다양한 사업 부문의 경우 매트릭스 체제로 묶어서 관리하는 것이 시너지 측면에서 좋다고 본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매트릭스 체제 전면 도입 여부는 향후 1년 동안 운용해 본 후 결정할 방침이다.
매트릭스 체제로 묶이는 부문장과 기존 계열사 CEO 간의 세력 다툼을 방지하기 위해 부문장을 은행 부행장 직급에 맞추기로 했다.
새 부문장과 조직 개편은 연내 마무리된다.
신한금융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선과 매트릭스 도입은 신한금융의 새로운 미래를 위한 도전”이라며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준비해 온 만큼 기대 만큼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