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남경필 외통위원장이 “한미FTA 비준안은 처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이에 야당 의원들이 농성을 풀면서 전체회의가 열렸으나 여야는 시작부터 한미FTA 문제를 놓고 신경전을 벌였다.
먼저 민주당 유선호 의원이 국회파행에 대한 여야 공동책임을 주장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유 의원은 “어제 외통위 상황에 대해 면목이 없다. 위원장과 여야 모두에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은 “무슨 공동책임이냐. 말조심하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유선호 의원은 “조용히 하세요. 할 말 있으면 발언권을 얻어서 하라”면서 “나한테 지금 반말 하는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유기준 의원은 “어제 일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 정상적인 진행을 위해 여당이 여야정 협의체 운영, 1500분 끝장토론 등 많은 노력을 했고 원내대표 합의문까지 만들었는데 민주당은 외통위 회의를 방해했다”며 “어떻게 공동책임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은 “국민께 죄송하고 할 말이 없다. 약속과 합의가 지켜지지 않는 국회에 대해 얼마나 실망이 많으냐”면서 야당을 향해 “협상은 자기 것을 양보도 하고 얻기도 하는 것인데 어떻게 100% 다 가지려고 하느냐”고 쏘아붙였다.
이에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국회 파행의 책임이 어디 있느냐를 따지면 한이 없다”면서 “다만 여야 원내대표 합의라고 하는데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는다는 조건이 있었고, 그런 것을 감안하면 너무 그렇게 몰아붙일 것까지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자꾸 야당 야당 하는데 우리는 선(先)대책이 있어야 비준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다른 부분에 대해선 민주당 등 다른 야당과 견해를 달리하고 행동도 달리하고 있다”면서 “자꾸 야당 야당 해서 거북한데 앞으로는 일부 야당이라고 해 달라”고 당부했다.
남 위원장은 ‘충분한 토론후 처리한다는 약속을 천명해 달라. 그게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위원회 아니냐’는 유선호 의원의 제안에 “충분히 토론했다고 생각하고 이렇게 회의를 여는 게 민주적 절차라고 생각한다”면서 “문을 점거하고 못 들어 오게 하면서 민주적 절차를 얘기할 수 있느냐”고 따졌다.
그는 특히 “내일 외교통상부 예산안을 논의하는 시점까지 한미FTA 비준안을 논의하지 않겠지만 어쨌든 원내대표 합의문은 귀중한 약속이었다”면서 “그날 있었던 말과 약속이 참으로 많지만 여기서 얘기하지 않겠다. 국민이 당장 모를 수는 있지만 그 내용을 알게 되면 정말 국민이 분노로 폭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양당 원내대표는 지금이라도 합의해 처리할 수 있도록 지혜를 짜 달라”면서 “우리 외통위도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한미FTA 조건부 찬성론자인 민주당 송민순이 외통위에서 빠지고 대신 박주선 의원이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