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사태로 전 세계가 휘청이는 상황에서 중국은 바야흐로 '세계 경제의 금고지기'로서 확실히 위상을 굳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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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월가발 금융위기 때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사들여 미국 경제를 구원한 중국이 이번에는 유럽 재정 위기의 구원 투수로 급부상하고 있다.
31일 외신에 따르면 최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지원 요청에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화답함으로써 중국의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재원 확대 참여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비록 최종 합의까지 이뤄지지 않았지만 중국이 최대 1000억 유로 이상을 투입할 것이란 게 외신들의 관측이다. 이 경우 내년 6월 말까지 1억유로 규모로 증액될 EFSF에 중국이 10%이상의 자금을 지원하게 된다.
유럽연합(EU)은 일단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공짜 점심은 없다'는 말이 있듯이 중국의 자금을 받으면 위안화 절상, 티베트 등 소수민족의 독립 지지 등 지금까지 중국에 대한 압박카드를 모두 잃고 거꾸로 중국의 정치적· 경제적 요구를 받아 들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란 우려에서다.
'세계 경제의 전주(錢主)'로서의 중국의 역할은 이미 각종 국영기업을 앞세운 석유, 철광석, 석탄 등 전세계 자원시장의 석권으로 확인돼 왔으며, 이제 아프리카까지 손을 뻗고 있다.
중국은 최근 공식 원조, 차관, 직접투자(FDI) 등 여러 방법으로 아프리카에 돈을 뿌리면서 기아와 빈곤에 찌든 해당 국가들의 일자리 창출, 사회 인프라 구축, 광업기지 조성 등에 도움을 주고 있다. 여기에는 물론 이 지역에서 풍부한 천연 자원을 확보하고 정치경제적 영향력을 증대하기 위한 중국의 노림수가 숨어 있다.
이 같은 중국의 광폭(廣幅) 행보는 지난 20년간 연평균 두자릿 수의 급속한 경제성장률을 이뤄 온 경제적 성과에 비쳐 볼 때 당연히 예상돼 왔던 일이다. 이미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잡은 중국은 연간 막대한 무역수지 흑자를 바탕으로 3조 달러 이상의 외환을 보유하고 있어 미국은 물론 독일· 일본 등을 제치고 세계 1위 부국(富國)의 자리에 올라 있다.
그러나 이같은 중국의 글로벌 전주(錢主)로서의 행보에 대해 경계의 목소리도 높아 지고 있다.
19세기말 서양 국가들에 널리 퍼졌던 이른바 '황화론(黃禍論)'이 다시 거론되고 있다. 앞으로 황색 인종이 서구의 백인 사회를 위협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는 게 이 이론의 요지다.
양평섭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베이징사무소장은 "선진국들 사이에서 중국의 경제적 부상이 세계 경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크게 높아지고 있다"며 "중국이 세계 경제의 주요 일원으로서의 제대로 된 역할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운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