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부 팀장 |
정유사들은 영업마진을 내수가 아닌 수출에서 더 거두고 있고, 올해 석달동안 리터당 100원씩 기름값을 내리면서 성의를 보였다며 반발하고 있다. 유류가격에서 절반에 육박하는 세금을 낮출 생각은 않고 업체에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아우성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주유소협회의 반기도 심해지고 있다. 무폴주유소 확대, 대안주유소 등을 통해 정유4사에 매여있는 일선 주유소의 독점체제를 자율화하고 이를 통해 유류가격 인하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 오히려 자영업자들을 어려움으로 내몰고 있다며 정책폐기를 요청하고 있다. 휘발유 가격 고공행진에 대한 책임을 정유사와 주유소에만 전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그럼에도 석유가격 비대칭성(국제유가가 오를 때 '확' 내릴때는 '찔끔)은 여전하다며 이에 대한 개선책을 내놓지 않고 있는 정유사들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정부와 정유사, 주유업소들이 유류가격에 대한 인식에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저마다 불만만 표출하고 있는 사이 소비자들만 골탕먹고 있는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먼저 나서야 할 지는 명확해졌다. 올해 상반기 경기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로 원유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만해도 유류세 검토 카드가 회자됐었다. 그러나 9월 이후 글로벌 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또다시 경기가 급랭하자 원유가격은 어느덧 배럴당 100-110달러의 박스권을 형성하고 있다. 어느덧 유류세 인하카드는 수면아래로 가라앉은 것이다.
굳이 그렇게까지 생각하고 싶지는 않으나 정부가 유류세 인하라는 카드를 놓고 '꽃놀이패'를 즐긴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 세수입 감소를 얘기하지만 이 또한 민심과는 동떨어진 해석이다.
정부가 이제는 나몰라라 할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의 세금을 낮추는 성의를 보여야 할 때다. 중동산 두바이유 기준 배럴당 130달러 이상이 되면 유류세 인하를 검토한다는 원칙론을 견지해서는 주유업체의 자발적 인하를 유도하지 못한다.
소비자물가가 올해 4%를 넘어 5%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서민경제의 근간을 이루고 있는 에너지요금 인하를 방치해서는 흉흉한 민심을 되돌리기 어렵다.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가계에서 에너지소비가 커지게 되면 그러잖아도 전력당국의 착오로 빚어진 정전사태와 같은 인재(人災)가 되살아날 수 있다. 정부가 강조하는 것처럼 국민들이 또 다시 정전사태나 에너지 대란을 겪지 않게 하려면 무엇보다 의식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정부 스스로 변하지 않고 에너지절약을 유도하겠다는 구두선만으로는 더이상 국민들의 마음을 바꾸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