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감독을 담당하는 주체가 명확치 않은 데서 파생된 문제다.
이 때문에 감독 기능을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지만 각 기관의 반발과 부처 이기주의로 답보를 거듭하고 있다.
◆ 감독 사각지대 악용… 부실·비리 ‘천국’
최근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저축은행 다음으로 새마을금고와 신협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며 감독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이후 해당 금융기관에서 예금 인출 사태가 발생하는 등 논란이 확산되자 “예금자들에게 혼선을 일으켜 유감”이라며 한발 물러섰지만 상호금융기관의 지배구조와 건전성 관리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금융당국 수장이 직접 언급해 이목이 집중됐다.
금융당국이 은행권의 가계대출 옥죄기에 나서자 상호금융기관들은 일제히 대출을 늘렸다. 최근 3개월 동안 대출 증가액이 은행의 2배를 웃돈다.
가계부채 건전성 관리라는 대의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이자수익 챙기기에 여념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경기침체로 대출 부실이 현실화할 경우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
결국 금융당국이 상호금융기관의 동일인 대출 한도 제한에 나서는 등 규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방만 경영에 제동을 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감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다보니 각종 비리도 횡행하고 있다.
신협의 경우 공제사업비로 이사장의 공제보험료를 대납하다가 금융당국의 징계를 받았다.
수협도 고객 예금을 횡령하는 등 금융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3년간 사고 금액만 51억원을 웃돌고 있다.
수협은 지난해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꼴찌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고객 서비스도 허술하기 짝이 없다.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금 예금 중 지난 10년간 발생한 휴면예금 663억원의 절반 가량인 305억원을 국고로 귀속했다.
고객에게 환급해준 금액은 2%인 13억3700만원에 불과했다. 휴면예금 환급을 위한 노력은 우편으로 달랑 통지서 한장 보내는 것이 전부다.
◆ 감독기능 일원화 절실
정치권과 전문가들은 상호금융기관과 공제조합의 건전성 강화를 위해 분산된 감독 기능을 하나로 합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박병석 민주당 의원은 지난 7일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한 국정감사에서 “1단계로 금융당국이 모든 상호금융기관의 신용 및 공제 사업에 대한 건전성 감독을 해야 하고 2단계로 개별법을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의원은 “부처간 조율을 통해 금융기관에 걸맞는 감독 및 검사 시스템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준경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기관은 사실상 업무가 똑같은데 감독을 달리 받고 있는 게 문제”라며 “우정사업본부를 포함한 공제사업자도 마찬가지로 감독기구를 일원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정책과 규제를 일관되게 추진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호금융기관 중앙회와 단위 조합이 정치적 조직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당초 취지와 달리 공동 이익을 위한 상호부조나 양보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 상호금융기관과 공제조합에 대한 감독을 금융당국이 전부 떠맡기에는 예산과 인력 부족으로 어려움이 큰 게 사실이다.
이 같은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범정부 차원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순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상호금융기관 단위 조합 수가 워낙 많아 금융당국이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그렇다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일반 부처에 계속 맡겨둘 수도 없어 고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