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수수료 대란’ 속 민심 회유 ‘절치부심’

2011-10-19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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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희준 기자) 금융권의 수수료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면서 금융업계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은행권은 수수료의 절반 이상 인하를 개선안으로 제출했고, 카드사도 잇따라 수수료 인하 방안을 모색 중이다.

금융당국은 수수료의 서민차별 철폐를 천명하며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과 업계가 머리를 맞대고 수수료 체계의 문제점을 전반적으로 검토하고 해결방안을 적극적으로 제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외국계 은행들이 국내 금융회사들과 달리 수수료 인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은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할 수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은행권, 수수료 절반 인하 방안 내놓아

금융감독원은 19일 은행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수수료 개선 방안을 제출 받았다.

시중은행들은 이 자리에서 현금 자동 입출금기 및 ATM 수수료를 절반 수준으로 인하하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은행들은 영업시간에 다른 은행 자동화기기를 이용할 경우 최대 1000원에 이르는 송금 수수료와 800원에서 1000원 사이의 인출 수수료를 받고 있다.

특히 영업시간 외에 다른 은행 자동화기기를 이용할 때는 수수료가 최대 1600원 선에 이르고 있다.

이번 개선안이 시행되면 앞으로 영업 시간이 끝나고 다른 은행 자동화기기를 이용하더라도 송금수수료는 최대 800원, 인출 수수료는 600원을 넘지 않을 전망이다.

은행들은 이와 함께 노인과 차상위계층, 소년소녀 가장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해서는 수수료를 면제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ATM과 창구 수수료를 적어도 50% 이상 낮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한편 시중은행들의 개별적인 움직임도 빨라졌다.

국민은행은 소액계좌 수수료를 면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은행의 경우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수수료 면제 방안을, 하나은행은 서민과 대학생 등을 위한 ATM 수수료 인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들은 수수료 인하 범위와 폭을 최종 확정한 뒤 은행 연합회를 통해 이를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은행권 중 수수료가 가장 비싼 외국계 은행들은 현재까지 수수료 인하 움직임에서 빠질 가능성이 높게 점쳐져 향후 후속 대책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카드업계, 일괄인하 불만 속 수수료 손질

음식점 주인들의 ‘솥단지 집단 시위’에 빌미를 제공한 카드업체들도 수수료 손질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신한카드와 롯데카드, 비씨카드, 삼성카드, 현대카드, KB국민카드, 하나SK카드 등 신용카드 회사들은 지난 17일 중소가맹점 범위를 연매출 2억원 미만으로 확대하고 중소가맹점 수수료율을 1.6∼1.8%로 내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치권과 가맹점들이 수수료율 추가인하와 전 업종 동일 수수료율 적용을 요구하면서 카드업계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특히 인하 적용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진 주유소 주인들의 주말시위와 유흥업 종사자들의 다음달 시위가 예고된 가운데 카드업계의 불만도 팽배해지고 있다.

이들 카드사는 중소가맹점 수수료 인하 조치로 올해 순익이 2000여억원 가까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모든 업종에 대해 수수료율을 같은 수준으로 내리면 적자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카드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7조1949억원이며 이 가운데 투입비용을 제외한 1조원 가량이 순익이다. 이런 상황에서 음식업중앙회 등이 요구하는 1.5%의 수수료율을 모든 업종에 적용하면 사실상 수익성이 없어 수수료 부과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게 카드사들의 주장이다.

때문에 카드사들은 카드업계와 가맹점이 공생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당국, 서민중심 수수료 방안 ‘우회’조율할 듯

들끓는 여론에 힘입어 금융당국도 금융권을 압박하고 나섰다.

권혁세 금융감독원장은 19일 은행들이 수수료와 금리에서 서민에 대한 차별을 없애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원장은 19일 언론을 통해 “수수료나 금리 책정 때 과도한 차별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금융회사는 공익성과 사회적 책임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수수료에 대한 금융당국의 주문은 기초ㆍ차상위계층과 노인, 장애인에 대한 수수료 우대를 확대 등 취약계층에 대한 혜택에 초점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카드업계가 내놓은 수수료 인하 방안에 대해 권 원장이 일단 급한 것은 해결됐다는 입장을 내비침에 따라 이에 대한 추가적인 조치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금융당국이 수수료 문제를 너무 깊게 관여하면 관치금융이란 비난을 면하기 어려운 만큼 향후 행보도 ‘우회압박’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에서는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18일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율 차등부과 금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신용카드 업자가 가맹점 수수료를 부과할 때 차등부과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을 담고 있어 카드업계의 반발이 예상되고 있다.

◆"금융당국 나서야" VS "법적 바탕 선제되야"

전문가들은 수수료 대란을 방관한 금융당국이 금융권과 금융 소비자의 양자 사이에서 분쟁을 적극적으로 조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 금융당국이 금융사들을 방관한 점이 있다. 금융 소비자의 구제를 위해 제도적 안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석헌 숭실대 교수도 “금융기관들이 본래의 순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잡아줘야 하는 것이 금융당국인데 현재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카드업계의 수수료 문제의 경우 담합된 독점력의 행사다. 이들의 담합행위가 있다면 금융당국에 앞서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의 형식으로 이들을 먼저 규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수수료 방안이 법률적인 바탕에서 나온 것이 아닌만큼 상황에 따라 언제 변화될지 모르기 때문에 이를 법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올바른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카드사의 현 가맹점 수수료 체계는 협상력이 부족한 가맹점에 전적으로 불리하게 돼 있다며 합리적인 기준 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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