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문> 단풍잎·낙엽 지는 소리·노을..우표와 함께 붙여보자

2011-10-1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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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정 의정부우체국 서무팀장


만추의 계절이다.
내가 잠든 사이 계절은 그렇게 나뭇잎들을 물들게 하고, 또다른 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동면을 준비하는 행보를 멈추지 않고 있었다. 따가운 햇살아래서 온몸으로 삶을 겪어낸 꿈의 껍질인 낙엽들을 정갈이 주워 모아 곱게 책장사이사이에 끼워두고 싶어진다. 한 시절을 살아낸 삶의 궤적을 그렇게라도 온전히 담아두고 싶어서일 게다.

수줍음이 많던 열여섯살 소녀는 두근거리는 심장소리를 애써 진정시키며 잘 말려진 단풍나무 잎사귀를 비스듬히 붙여 장식한 꽃 편지를 정성스레 써내려간다. 고치고 또 고친 편지한통이 완성이 되면 소녀는 편지를 고이 품에 안고 우체국에 달려가 발그레한 볼 빛을 하고 우표 한 장을 사서 편지봉투 한쪽 귀퉁이에 붙여 넣는다. 밋밋하던 편지봉투는 우표 한 장으로 품새를 갖추고 소녀의 가슴을 두방망이질 치게 했던 그리운 그 사람의 손에 곱게 도착하지 않았던가? 아마도 그 작고 깜찍한 우표라는 매개체가 없었다면 수줍은 소녀는 기실 가으내 말려두었던 단풍잎 한 장도, 낙엽 지는 소리도, 해 넘어가는 노을의 빛깔도 그이에게 한 번도 전해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세계 최초의 우표는 1840년 5월 6일 로랜드 힐(Rowland Hill)에 의하여 영국에서 발행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884년 4월 22일 고종황제의 칙령으로 우정총국이 설치되고 1884년 11월18일 우정총국이 업무를 개시함으로써 우리나라 최초로 우표가 탄생하게 된다. 우표의 탄생으로 일반 서민들에게도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통신의 혜택이 주어지게 된 셈이다.
불과 사방 3센티미터 안팎의 우표 안에는 역사가 숨 쉬고 자연과 문화가 오롯이 녹아있다. 한때 독일 나치스에 의해 우표가 서신을 통해 세계각지로 유포되는 점을 이용하여 선전용으로 사용되기도 하였지만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우표에서 얻은 것이 학교에서 배운 것 보다 많다”는 이야기처럼 우표는 한시절의 역사와 문화를 완벽하게 담아낸 작은 박물관이라고 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듯하다. 이렇듯 우표가 갖고 있는 매력으로 인해 오랜 기간 많은 사람들에 의해 우표는 고매하고 품격 있는 수집품으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과학과 통신수단의 발달로 우표에 대한 관심이 예전만은 못한 것이 사실이지만 우표가 가진 역사성과 아름다움의 미적 가치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그 깊이를 더해 갈 것이다,

가을과 함께 우체국 곳곳에서는 계절을 담은 우표전시회가 한창이다.
문득, 낙엽 지는 소리에 언젠가 내 가슴을 두방망이질 치게 했던 그 시절이 생각난다면, 이제 곧 열여섯살이 되는 딸아이의 손을 잡고 우표가 있는 그곳에 가보자. 25년 전, 한 소녀가 시절을 살아낸 낙엽들을 켜켜이 책갈피에 끼워 두었듯 한 시대가 오롯이 담겨진 우표들이 우리에게 엄마 어렸을 적 이야기를 들려줄지도 모른다. 우표 틀 속에 빼곡히 들어찬, 누군가가 손끝 하나마다 정성을 들여 수집하고 전시한 우표들을 그윽히 바라보다 보면 마치 타임머신을 탄 듯 과거로의 여행이 실현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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