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은 지난달 강만수 산은금융회장이 브라질식 토빈세를 본받을 필요가 있다고 발언한데부터 시작됐다. 브라질은 외국 자본이 들어오고 나갈 때 최고 6%씩 세금을 물린다.
강 회장은 "외국인들은 한국이 아시아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라고 염려한다"며 "한국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선물시장과 역외외환시장을 이용해 주가가 떨어져도 돈을 벌어간다"고 말했다.
사실 토빈세 논란은 정부부처와 금융권 간에 현 경제상황에 대해 미묘한 시각차가 있음을 보여준다.
3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획재정부 장관이었던 강 회장이 토빈세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는 외화자본 유출입 변동성이 커지는 등 최근 환율이 급등락을 반복하는데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깔려 있다.
유럽 재정위기로 인해 우리나라의 주식과 외환시장이 외부 충격에 대단히 취약하다는 게 입증됐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외화유출입 규제 방안으로 제시한 이른바 3종 세트(선물환 포지션 규제·외국인 채권 투자 과세·은행세 도입)의 효과가 충분치 않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토빈세 도입에 대해서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토빈세는 외국 자본이 들어오고 나갈 때 일정액의 세금을 매기는 것인데 이를 도입하면 국제 통화시장에서 우리나라에 대한 대외 신인도가 떨어질 수 있다.
현 경제상황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불안요소가 있지만 외환보유액도 충분하게 유지하고 있는 등 오히려 지나친 우려와 부정적인 시각을 경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3종 세트를 도입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장에서 효과를 보려면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상황이다.
신제윤 재정부 차관은 지난 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의 금융안정 분담금 취지와 비슷하다"며 "다만 토빈세로 할지, 다른 자본유출입 방안으로 할지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박재완 재정부 장관도 6일 열린 종합 국정감사에서 토빈세 도입 여부와 관련, "현 단계는 자본유출입 변동이 심해 새로운 제도 도입에 신중해야 하지만 중장기적 과제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토빈세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제임스 토빈 미국 예일대 교수가 주장한 것으로 국제 투기자본(핫머니)의 급격한 자금유출입으로 각국 통화가 급등락하는 것을 막기 위한 규제방안 중 하나다.
환율 안정을 위해 투기적 자본 거래에 대해서 약 0.1~1%의 세율을 매기자는 것인데, 만약 한 나라에만 도입하면 금융회사가 세금을 회피하기 위해 다른 나라로 옮겨간다는 점에서 부작용이 있다.
또 금융거래에 붙는 세금이 시장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금융회사가 세금 부담을 고객에게 전가시킬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토빈세는 최근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증권과 파생상품 거래에 새로운 금융거래세를 부과하기로 사실상 결정하면서 다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앞서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에서는 빌 게이츠가 막대한 세수를 거둘 수 있다며 토빈세 도입에 적극 찬성하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