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한글 반야심경에 대한 시대적 바램과 요구가 있었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반야심경의 한글화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한글 반야심경을 북한에 제안하면 북한도 좋아할 것입니다."
국내 최대 불교 종단인 조계종이 표준 한글 반야심경을 내놨다.
불교계의 대표적 학승인 운허 스님이 1965년 반야심경 한글본을 만들었지만 널리 보급되지 못했으며 한글 반야심경을 쓰는 몇몇 사찰들도 각기 다른 한글본을 사용해왔다.
이에 조계종은 올 4월 의례위원회를 구성, 한글 반야심경 등 주요 상용의례의 한글화 작업에 본격 착수했으며 그 첫 번째 성과가 표준 한글 반야심경이다.
조계종 대의기관(국회격)인 중앙종회는 지난달 20일 표준 한글 반야심경 동의안을 가결했으며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5일 표준 한글 반야심경을 공포했다.
표준 한글 반야심경은 현장 스님의 한문본과 운허 스님의 한글본을 저본(底本)으로 삼아, 일반인의 이해를 돕기 위해 문자 위주의 번역보다는 의미를 중심으로 번역한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아눗다라삼먁삼보리'는 '최상의 깨달음'으로 알기 쉽게 번역했다.
또 독송 시간을 줄이기 위해 글자 수를 줄였다. 표준 한글 반야심경의 글자 수는 438자로, 운허 스님 한글본(559자)보다 121자 적다.
의례위원회 위원장인 인묵 스님은 6일 기자들과 만나 "불교가 한반도에 유입된지 1천700년이 됐고, 우리 말과 우리 글이 있는데 의례의 대부분이 한문으로 집전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늦은 감이 있지만 반야심경의 한글화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야심경은 기독교의 '주기도문'처럼 불교의 모든 의례에 빠지지 않고 독송되는 경전이다.
인묵 스님은 "반야심경을 시작으로 칠정례, 천수경, 불공, 상장례(한글화 작업)도 추진할 계획"이라면서 "또 북한에 한글 반야심경을 제안하면 북한도 좋아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계종은 불교 의례의식의 한글화를 핵심 과제로 선정, 반야심경 등의 한글화 작업에 박차를 가해왔다.
지난 3월23일 조계사에서 열린 '자성과 쇄신 결사 입재법회'에서 처음으로 한글 반야심경을 독경한 데 이어 올해 부처님오신날 봉축행사 기간에 열린 모든 봉축행사 때도 한자가 아닌 한글로 된 경전을 봉독했다.
조계종은 오는 11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표준 한글 반야심경 봉정식을 여는데 이어 각 사찰과 교육기관, 포교단체는 물론 스마트폰 등을 활용해 한글 반야심경 대중화에 힘쓸 계획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