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국내 업체들은 잡스의 사망에 대해 “이미 지난 8월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아이팟·아이폰 등을 선보이며 수년간 글로벌 IT업계에서 ‘장기집권’해온 잡스의 무게를 무시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이미 업계에서는 하루 전 공개된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4S가 과거 신제품들과 달리 혁신이 부족하고 감동도 없다는 평가를 받게 된 이유를 잡스의 사임이나 건강 등과 연관지어 설명하기도 했다.
실제로 잡스는 애플의 CEO를 사임한 이후에도 고문 또는 멘토 역할을 계속해온 것으로 전해져왔다.
애플이 신제품을 개발할 때마다 ‘가장 꼼꼼한 소비자’로 불렸던 스티브 잡스가 직접 사용해 본 뒤 문제점을 지적하고 개선안을 구체적으로 제안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망 소식과 관련해 보면 아이폰4S를 내놓기 직전에는 이미 건강이 상당히 악화됐을 것으로 보여 이 같은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다만 업체 관계자들은 잡스의 사망이 비즈니스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잡스가 이미 CEO를 사임한 이후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스마트기기 시장이 이미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생태계가 구축된 이후라는 것이 더 큰 이유다.
한 업계 관계자는 “후발주자인 애플이 MP3 시장과 스마트폰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이유는 아이튠즈와 앱스토어 등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줄 아는 잡스의 천재성 때문”이라며 “그러나 지금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로 가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미 국내 업체에 유리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이튠즈와 앱스토어가 처음 등장했을 때는 ‘얼리 어댑터(early adapter)’들의 시장이었지만 지금 스마트폰은 ‘얼리 머저리티(조기다수자;early majority)’ 시장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하드웨어 사양이나 완성도가 중요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제조와 관련해 노하우가 풍부한 국내 업체에 유리한 판도가 됐기 때문에 잡스의 사망이 크게 미칠 영향은 없다는 설명이다.
스티브 잡스의 부재가 소비자들의 애플 제품 선호에도 영향을 미칠지는 여전히 의문으로 남아 있다.
다만, 애플의 신제품인 아이폰4S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이 과거와 달리 열광적이지 않고 오히려 실망스럽다는 평가도 있는 만큼, 아이폰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질 것이라는 점은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잡스의 사망이 삼성전자와 애플 간의 소송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주된 관측이다.
이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창업주의 사망이 현재의 소송과 특별히 관련될 것이 없고, 이번 소송이 특허와 관련된 분쟁이라는 점에서 상황이 바뀐 부분이 없다는 것이 그 이유다.
삼성전자는 하루 전 애플의 신제품 아이폰4S에 대해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다고 밝힌 바 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