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를 공립학교 내 정규과목으로 채택되도록 하기 위한 한국 정부와 현지 한국계 학부모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교육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은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한류와 한국의 경제적 위상이 높아진 점 등의 영향이 크다고 지적하고, 보다 적극적인 한국 정부의 지원과 현지 한인 학부모들의 참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 美공립학교 한국어 채택 잇따라…기존 채택학교서도 인기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주재 한국총영사관 산하 교육원 등에 따르면 올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동북부 내륙지역에 있는 샌라몬 교육구내 도허티밸리고교가 한국어를 정규 외국어 과목으로 채택, 이번 학기부터 2개반을 신설, 운영중이다.
캘리포니아주 샐리나스 지역의 존 E.슈타인벡 초등학교도 이번 학기부터 평균성적 98점 이상인 영재학생을 위한 심화학습 프로그램(enrichment program)으로 방과후 한국어를 일주일에 3시간씩 가르치고 있다.
교육원 김신옥 원장은 “이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 좋아 원래 정원이 20명이었으나 25명으로 늘렸다”면서 “원래 이 지역은 한인들이 거의 살지 않아 한국계는 한 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한국과 전혀 연고가 없는 미국인들”이라고 말했다.
캘리포니아주 이외에도 뉴저지주 리치필드고교가 이번 학기부터 한국어반을 개설해 40여명의 학생이 수업을 받고 있는 등 정규과목으로 한국어반을 개설하는 학교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미국에서 한국어과목을 채택한 공립학교는 지난해 10곳이 늘어 모두 60곳에 이른 것으로 집계됐으며 캘리포니아 북부지역에만 팰마 고교와 윈드미어랜치, 게리랜치 중학교 등에서도 한국어 채택이 추진되는 등 갈수록 증가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 이미 한국어 3개반을 운영하는 샌프란시스코 시내 로웰고교는 최근 지원자가 많아짐에 따라 내년부터 한국어반을 하나 더 늘리기로 했다.
로웰고교에는 현재 110명이 한국어를 제2외국어로 채택하고 있으나 이중 주재원 또는 교민 자녀 등 한국계는 20%인 22명에 불과한 반면 중국계가 64.5%인 71명으로 가장 많았다. 백인계도 9명이나 됐다.
또 1975년부터 한국어 이머전(Immersion, 몰입식) 교육을 실시하는 샌프란시스코 시내 클레어 릴리엔텔초등학교에도 최근 한국어를 배우려는 지원자들이 쇄도하고 있다.
이 학교의 윌리엄 해크 교장은 “매년 유치원생 22명을 선발해 5학년까지 6년간 이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선발 때마다 100명이 넘는 지원자들이 몰리는 등 지원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최근에는 미국 뿐아니라 유럽의 프랑스에서도 2개 고교가 이번 학기부터 한국어를 정규교과과정으로 채택, 수업을 시작했다.
◇ 한류가 큰 영향…정부·현지 교민 적극 지원도 한몫이처럼 한국어의 인기가 높아지고 이를 정규과목 등으로 채택하는 학교가 늘어나는 것은 최근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국에까지 불어닥친 한류와 높아진 한국의 경제적 위상 등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로웰 고교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조아미 교사는 “내년부터 반이 하나 더 늘어나는데서 알 수 있듯이 한국어를 배우려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 며 “모든 것을 한류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아무래도 영향이 크다”고 전했다.
도허티밸리고교 학부모회 강상철 회장은 “모국인 한국의 경제적인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과 비즈니스를 하려는 미국 내 기업들이 늘어나는 것이 현지인들이 한국어에 관심을 갖게 된 한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국 정부가 한국어반 개설 시 최대 3만 달러(한화 3천500만원 상당)의 예산 지원과 장학금, 학생·교사의 한국연수 등 각종 지원책을 제시하는 것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이 같은 한류바람 등에 힘입어 미국 각지에 한국계 공립학교 학부모들과
한국어 교육전문가, 현지 파견 정부관계자 등으로 이뤄진 ‘한국어 정규과목 채택 추진위원회’가 잇따라 발족, 활동 중이라고 교육원 측은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인근 건하이고교와 윈더미어랜치, 게일랜치 중학교 학부모들은 지난달 22일 모임을 가진 뒤 지난 3일까지 현지 학교 학생, 학부모들을 상대로 한국어 채택에 대한 찬성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인근 한국어 전문대학 애드로이트칼리지 구은희 학장(교육학박사)은 “한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현 시점이 한국어를 미국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전파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면서 “한국 정부의 더욱 적극적인 지원과 한인 학부모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어 교육은 한인 2,3세에게는 자긍심을, 현지인들에게는 한국문화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