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는 한미FTA로 예상되는 농어민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철저한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지만 비준안 처리 시기를 놓고는 첨예하게 대립했다.
한나라당은 미 정부가 한미FTA 이행법안을 의회에 공식 제출한 만큼 우리도 10월내 처리를 위해 본격적인 절차를 밟자고 주장한 반면, 민주당은 ‘10+2 재재협상안’을 고수하면서 ‘졸속처리’보다는 미국측 이행법안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우선이라고 맞섰다.
야당에선 한미정상회담에 맞춰 양국이 비준안 처리를 서두르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한나라당 간사인 유기준 의원은 “미국의 경우 백악관이 한미FTA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함으로써 비준을 위한 형식적인 절차만 남겨둔 상황”이라며 “이행법안이 내주까지는 상하원 양원을 모두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대정부질문이 끝나는 17일 이후, 18일이나 19일 정도에 외통위를 열어 대체토론과 소위원회 심사를 진행하고 전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며 “비준안이 늦어도 10월 본회의에서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홍정욱 의원은 “미국과 FTA를 체결한 17개 국가의 수출증가율을 보면 FTA 발효 직전 3개년 평균 9.8%였으나 FTA 발효 이후에는 연평균 18.4%로 두 배가량 높아졌다. 우리도 이 같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며 “급변하는 세계 무역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FTA의 전략적 활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박주선 의원은 “한미FTA는 미국법 밑에, 대한민국 법률 위에 존재하고 있다”며 “한국이 한미FTA를 통해 얻는 이익이 있다고 할지라도 미국측 이행법안에 그 내용이 명시돼 있지 않으면 이익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미국측 이행법안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나 대응보다는 비준안 처리 속도전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며 “이런 속도전과 달리 국내 보완대책은 소홀히 해 지난 2006년 이후 5년간 배정된 FTA 국내보완대책 예산이 5조8686억원인데 이중 집행액은 3조1576억원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미국의 이행법안은 ‘주의 법률이나 규정이 한미FTA에 위반되더라도 그 적용을 무효로 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미국법과 충돌하면 해당 한미FTA 조항은 사실상 무효라는 의미”라며 “미국은 안 지키고 우리만 지키라는 한미FTA를 구걸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