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피아니스트다. 하지만 집에 피아노가 없다. 피아노 연습은 친구들 집에서 한다. 그의 연습 비밀은 한 꾸러미의 친구들 집 열쇠인 셈이다.
"피아노를 집에 두지 않은 지 벌써 2년이 다 돼가요. 이유는 피아노와 제 현실의 삶을 분리하고 싶어서입니다. 오래된 연인들에게 서로 떨어져 있는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말이죠. 피아노가 집에 없어서 피아노를 향한 간절함이 매우 큽니다. 덕분에 피아노 앞에 앉으면 더 집중을 할 수 있어요.(웃음)"
프랑스 출신의 피아니스트 알렉상드르 타로(Alexandre Tharaudㆍ43)는 최근 이렇게 말했다. 그가 5일 저녁 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독주회를 연다.
타로는 고풍스럽고 감각적인 연주로 프랑스 피아니즘을 이상적으로 구현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라모와 쿠프랭, 라벨과 사티 등 프랑스 작곡가의 작품을 중점적으로 연주해왔다. 그가 음반 레이블 아르모니아 문디에서 발표한 쿠프랭과 라모의 음반은 많은 음악팬의 지지를 받고 있다.
"프랑스 음악을 많이 녹음했죠. 그렇지만 저는 제가 프랑스 음악 전문가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항상 다양한 작품을 연주하려고 하죠. 쇼팽과 바흐, 그리고 현대 작곡가의 작품도 음반으로 제작했습니다."
그는 바흐와 스카를라티 등 바로크 음악에 강점을 지니고 있다. 이달에 나온 그의 새 음반도 바흐의 키보드 협주곡을 담고 있다. 덕분에 그가 연주하는 낭만주의 작품은 감각적이면서도 체계적이다.
"바로크 음악은 낭만주의 음악의 전주곡이죠. 바로크 음악은 라벨과 드뷔시 등 많은 후배 프랑스 작곡가에게 영향을 끼쳤거든요."
그는 이번 콘서트에서 스카를라티의 소나타, 쇼팽의 '녹턴'과 '마주르카' 등 바로크 음악과 낭만주의 작품을 골고루 연주한다.
"스카를라티의 작품이 작은 주제를 가진 가벼운 느낌의 곡이라면, 쇼팽의 작품은 낭만적입니다. 쇼팽이 이탈리아 바로크 음악의 팬이었기 때문에 그의 작품 안에는 바로크 시대의 숨결이 깃들어 있죠."/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