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3000억弗 붕괴 임박… 34개월來 최대 낙폭

(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외환보유액이 원화 평가절하와 정부의 환율 개입 영향으로 2년 10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3000억 달러선을 가까스로 지켜냈다.

5일 한국은행은 9월 말 외환보유액이 3033억8000만 달러로 전월(3121억9000만 달러)보다 88억1000만 달러가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8년 11월 117억5000만 달러의 낙폭을 기록한 이후 2년 10개월 만에 최대치다.

이에 대해 신재혁 한은 국제총괄팀 과장은 “유로화와 파운드화 등이 약세를 보이면서 이들 통화 표시자산의 미국 달러화 환산액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계 경기회복세 둔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국가들의 채무 위기 등으로 이종 통화의 가치가 하락했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이종 통화 절하율은 뉴욕시장 종가 기준으로 유로화가 6.8%, 파운드화가 4.1%, 엔화가 0.6%를 기록하는 등 최근 1~2년 내에 가장 큰 하락폭을 기록했다.

다만 시장의 우려와 달리 3000억 달러선은 붕괴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외환시장에 대한 당국의 스무딩 오퍼레이션(미세조정)으로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한은 관계자는 “외환보유고 감소가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에 따른 이유도 작용하지만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은 환율 변동”이라고 설명했다.

외환보유액 구성 비율을 살펴보면 유가증권이 2747억8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50억6000만 달러가 감소했으며, 예치금은 37억 달러가 줄어든 215억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통상 예치금에서 빼낸 자금으로 유가증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예치금과 유가증권의 증감은 반대로 나타난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종 통화 약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달러 환산액의 감소로 유가증권과 예치금이 동반 감소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한편 지난 8월 말 기준 국내 외환보유액 규모는 중국, 일본, 러시아, 대만, 스위스, 브라질, 인도에 이어 세계 8위 수준으로 8개월 만에 한 계단 하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