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회 연기로 일정 불투명…업체간 입장차도
(아주경제 권석림 기자) 한국제약협회가 정부의 약가 일괄 인하에 반발하며 ‘의약품 생산중단’ 투쟁이란 초강수를 두고 있으나 제약사들의 미묘한 입장차로 위력을 보지 못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제약협회는 지난달 22일 긴급 이사회를 개최, 정부의 약가 인하 반대와 항의표시를 위해 전 회원사가 하루 동안 의약품 생산을 중단키로 결의했지만 언제 실행될 지는 미지수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의약품 생산중단 일정에 대해 향후 논의를 거쳐 결정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제약협회가 지난달 29일 개최 예정이었던 긴급 임시총회도 잠정 연기됐다.
협회 관계자는 “이경호 제약협회장과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의 면담 일정이 이날 정해져 진지한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건강보험재정 건전화와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많은 대화가 필요한 시점에서 면담 전에 임시총회를 개최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것이다.
최근 복지부 국정감사에서도 일괄 약가 인하 정책의 비판과 재검토 지적이 많았으며, 임 장관도 제약업계와 충분히 대화하면서 약가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하지만 이 회장과 임 장관의 면담에서는 서로 간의 입장차만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협회 측은 “정부의 약가 인하 조치는 충격이 너무 크고 논리도 희박하다”면서 “재량권 일탈의 위헌적 요소가 있는 가혹한 정책”이라는 기존 주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정부 측은 “약가 인하로 인한 피해 금액에 대해 정확한 금액을 제시해 달라”고 요구했다.
임 장관과 면담으로 취소됐던 임시총회도 언제 개최될지 확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달 초 제약협회 전 회원사의 의약품 생산중단도 무기한 보류될 것으로 예측된다.
협회 관계자는 “지난달 29일 임시총회 개최일에 회원사들의 의약품 생산 중단을 비롯해 총 궐기대회 개최와 헌법소원 제기 등 정부 약가 일괄 인하 정책을 저지하기 위한 중요한 사안 등이 다뤄질 예정이었다”면서 “하지만 총회가 언제 다시 열릴 지는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제약사별로 주력 제품군이 달라 업계의 결집된 힘을 약화 시키는 것도 문제다.
△오리지널 의약품 비중이 높은 제약사 △제네릭 의약품(복제약) 비중이 높은 제약사 △도입 제품이 많은 제약사 △필수의약품 등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업체별로 서로 간의 입장차도 조금씩 다르다.
제약사들의 엇갈린 이해관계로 피켓시위나 서명운동, 홈페이지 홍보전 등도 하는 곳만 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약가 일괄 인하를 저지하기 위해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하는 제약업계의 또 다른 딜레마에 빠뜨리고 있다.
한편 정부 고시에 따르면 10월 1일자로 한국파비스제약의 유키캅셀·파비스세파클러캡슐250mg·파비스오플록사신정, 한국팜비오의 탐스타캡슐, JW중외제약의 오마세프캡슐100mg 등 3개사 5개 품목의 보험약가가 인하됐다.
또 11월 1일자로 한국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리큅피디정2mg·4mg·8mg, 노보노디스크제약의 노보넘정0.5mg·1.0mg·2.0mg, 제일약품의 스타브론정, 삼오제약의 네비레트정 등 4개사 8개 품목의 보험약가가 인하된다.
내년 7월 1일에는 한국파비스제약의 펜타올연질캡슐, 2014년 7월 24일에는 파마킹의 유디비캡슐의 상한금액이 인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