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주연 씨는 출근 도중 무심코 차창 밖으로 고개를 돌리니 연둣빛 잎사귀들이 단풍으로 변해가고 있음을 느끼게 됐고, 흘려버린 계절의 변화를 감상하느라 정신을 빼놓았다.
그러는 동안 버스는 벌써 인천공항 3층 출국장에 도착해 있었고, 각양각색의 이용객들을 마주하면서 한 일본인 승객을 떠올려 봤다.
주연 씨는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2009년 11월을 회상했다.
인천공항세관 휴대품검사관실에서 근무하는 이주연 씨는 평소와 다름없이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관세국경선을 지키면서 열심히 근무를 하고 있었다.
그날도 주연 씨는 어김 없이 여행자가 작성.제출한 세관신고서를 회수하다가 점심시간이 돼 교대직원이 오자 점심식사를 하러 갔다.
그런데 신고서 작성대에 호텔안내서와 항공권, 봉투안에 들어있는 현금 15만엔을 발견했고, 항공권을 확인해본 결과 아시아나항공을 타고 온 일본인 여행객의 것이었다고.
이에 주연 씨는 당장 입국장 밖으로 나가 인포메이션 데스크에 의뢰, 해당 여행객을 찾는 방송을 반복했으나 아무도 찾아오지 않았다.
여기 저기 3차례 전화통화를 시도한 끝에 그 여행객이 호텔의 미니버스를 타고 김포공항을 지나는 중이었다는 것을 알게 됐고, 각고의 노력 끝에 그 여행객을 태운 미니버스는 김포공항 부근에서 급히 회차해 인천공항으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주연 씨는 겨우 그 여행객과 만나 항공권과 현금봉투를 건네게 됐고, 그 여행객은 한없는 감사의 인사를 했다.
그렇게 여행객을 보낸 후 다시 입국장 안으로 들어왔을 때 주연씨의 배꼽시계가 지나간 시간을 알려줬다.
“꼬로록”‘아.. 점심시간이었구나.’
시계를 보니 점심시간이 거의 다 끝나가고 있었던 터라 주연씨는 결국 점심을 먹지 못한 채 다시 교대를 하러 입국장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주연 씨는 “배는 많이 고팠지만 마음만은 배부르고 흐뭇했던 오후”였음을 강조했다.
이주연 씨는 “근무를 하다보면 종종 식사때를 놓치기도 하지만 우리가 대한민국의 첫 번째 인상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오늘도 배고픔도 참고 여행객을 맞으려 노력하고 있다”며 웃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