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공들여 개발한 새 상품을 두고 시장반응이 좋을 경우 경쟁사가 곧 유사 상품을 선보이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히트 친 카드 한 장이면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수의 회원을 확보할 수 있는 업계 특성상 경쟁사 흉내내기는 보편화돼 있다.
최근 하나SK카드와 롯데카드가 때아닌 독창성 논란에 휩싸인 것이 한 예다.
하나SK카드의 '스마트포인트 카드'와 롯데카드의 '벡스(VEEX)카드'는 포인트 적립방식에서 매우 유사하다. 보통 포인트 비율을 높게 적용받으려면 카드사가 지정한 특정 가맹점을 이용해야 하는 제약이 있지만 두 카드 모두 이를 극복했다.
하나SK카드 관계자는 "스마트포인트 카드 출시 이후 유사상품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특별히 문제 삼을 순 없는 노릇이다"고 전했다.
카드 사용실적을 은행과 연계해 우대금리 주는 금융상품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고객들의 호응이 좋아 경쟁사들이 보장 내용만 약간씩 바꿔 따라하고 있는 것이다.
신한은행이 내놓은 '생활의 지혜적금점프'는 신한카드의 '에스모어 생활의 지혜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최대 8.8%포인트 추가 금리를 보장해 준다. 이에 앞서 우리은행과 국민은행도 이미 특정 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우대금리를 주는 적금 상품을 내놓았다.
이처럼 유사한 상품구조를 지닌 카드들이 쏟아지며 카드사 간 과당경쟁 우려도 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카드사들 사이에 '미투(me-too)' 전략은 너무 당연한 듯 받아들여지고 있다"며 "비슷한 상품을 가지고 또 비슷한 시기에 신규고객을 유치하려면 마케팅 비용이 더 들어가는 등 경쟁이 과열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근본적으로 카드사 간 상품 베끼기를 차단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은행이나 보험권과 달리 카드업계에서는 신상품으로 특허를 받아 권리를 보장 받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 특허청 관계자는 "카드의 상품구조가 워낙 단순해 특허를 내주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의 무관심도 카드상품 복제를 거들고 있다.
금융당국은 은행, 보험 등의 금융상품에 대해 배타적 사용권을 신설해 각 유관협회 주관으로 운영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카드업계는 애초부터 도입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적용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배타적 사용권 자체가 카드상품 속성과는 잘 맞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본다"며 "여신협회가 나서 카드사 간 의견을 조율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고 또 이를 감독당국이 나서 제지할 수도 없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