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전문가들은 그러나 최근 IT 활황세만을 믿고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채 진출을 서두를 경우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유지비용과 인적 네트워크 부재, 시장 이해 부족 등으로 인해 실패할 가능성도 큰 만큼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 실리콘밸리 진출 韓기업 급증31일 실리콘밸리 소재 코트라 코리아비즈니스센터(KBC)와 현지 컨설팅업체 등에 따르면 현재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코트라 소유 빌딩에 입주한 한국 중소기업의 수는 모두 46개사인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 현재 37개사였던 것에 비해 9개사가 증가한 것이며, ‘닷컴버블’ 붕괴 이후 대부분 한국 기업들이 철수한 이후인 지난 2007년 17개사였던 것에 비하면 3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이다. 코트라는 한국에서 진출하는 기업들이 입주할 경우 일정한 심사를 거쳐 임대비용 등에서 혜택을 주고 있다.
실리콘밸리 코트라 김영웅 관장은 “올해 상반기 미국 실리콘밸리 진출과 코트라 빌딩 입주 등을 문의한 기업이 50개사에 이른다”며 “정확한 통계를 파악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최근 실리콘밸리 지역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 지역에서 한국 진출 기업 등을 상대로 경영·회계 컨설팅을 하는 하경수 회계사는 “올해 들어 신규법인 설립을 도와준 한국기업이 모두 10개사”라며 “실제 진출의사를 갖고 문의를 해오거나 직접 방문하는 경우가 월평균 3∼5건 정도로, 작년의 1∼3건 정도보다 확실히 늘었다”고 전했다.
이들 가운데는 2000년 초 닷컴버블 붕괴나 최근 금융위기 직후 철수했던 기업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그는 설명했다,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현지 법률자문을 해주는 김용세 변호사도 “한국 기업 진출 관련 업무가 작년보다 30% 정도 늘었다”며 “예전에는 반도체 부품회사 등이 많았으나 지금은 게임을 포함한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많다”고 소개했다.
◇ 철저한 준비가 성공 관건…“고비용이 큰 어려움” 현지 전문가들은 최근 실리콘밸리의 경기가 활성화되면서 인건비가 급상승하는 등 유지비용이 크게 증가하는데다 성과가 나타나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점 등을 감안해 진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코트라는 미국 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 현지 법인 인력 확보 △ 미국시장에 대한 충분한 이해 △ 장기 전략 수립 등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IT센터 권경무 팀장은 “미국 진출을 꾀하는 중소기업들의 경우 이미 이 곳과 비즈니스를 하고 있어 대부분 미국 비즈니스 방식을 이해하지만 간혹 미국시장에 대한 이해는 커녕 간단한 계약관련 용어조차 모르는 경우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소개하고, “또 미국에서 안착하는데도 최소한 3∼4년은 걸리는 만큼 너무 조급해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경영이 시스템화돼 있는 것이 아닌 만큼 본사를 대신해 회사의 목표와 전략에 맞춰 미국 현지법인을 이끌 수 있는 인력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하경수 회계사는 “무엇보다 인건비가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점이 문제”라며 “이로 인해 진출기업 한국 직원들의 상대적 박탈감이나 현지 직원채용의 어려움 등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직원이 3∼4명만 돼도 1년 법인 유지비가 10억원대를 훌쩍 넘어서고 있어 상대적으로 비용이 적게 드는 텍사스 주 등으로 눈을 돌리는 한국 기업들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