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에도 신용등급…투자자보호에 운용사들 긴장

2011-07-29 0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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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르면 내년부터 펀드에도 신용등급이 매겨진다.

금융당국이 26일 발표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신용평가사가 펀드의 신용상태를 평가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펀드 신용평가는 운용자산에 대한 위험도를 분석해 신용등급을 매기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들은 펀드의 투자 성향과 위험도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과거의 수익률을 근거로 펀드를 선택해 투자할 수밖에 없었던 관행이 크게 달라지는 셈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이해 당사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뜨겁다.
운용사의 위험관리를 강화하는 계기가 돼 유용한 투자자 보호 수단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투자자의 비용을 늘리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견해도 적지 않다.

◇ 펀드 신용평가…무엇이 달라지나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신평사가 운용사로부터 펀드의 재산명세를 받을 수 있는 근거가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생긴다.

신평사들은 펀드 운용자산의 구체적인 정보를 통해 위험도를 분석하고 투자자에게 신용등급과 정보를 제공하게 된다.

머니마켓펀드(MMF)와 채권형펀드, 혼합형펀드 등 채권이 주로 편입된 펀드가 평가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안에 도입될 예정인 한국형 헤지펀드도 대상이 될 수 있다.
일반 투자자는 펀드에 편입된 자산의 위험도를 가늠하기 쉽지 않다. 운용 성과를 예상하기도 어렵다. 과거 수익률과 운용전략 보고서 정도의 정보에만 의존해야 한다.

그러나 펀드 신용평가를 통해 투자자가 입수하는 정보는 양과 질의 측면에서 이전과 크게 달라진다. 운용자산에 대한 보다 정교한 위험 분석 정보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펀드매니저와 경영진과의 면담이 신용평가 때 반영돼 운용사의 위험 관리를 견제할 수도 있다.

신평사 관계자는 “펀드 신용평가는 투자원금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운용하는 지를 보는 것이다. 펀드의 위험성을 사전에 알려주는 기능을 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펀드 신용평가는 미국과 영국 등 펀드시장이 발달한 선진국에서는 이미 보편화됐다.
미국은 1984년에 도입했고 유럽 각국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규제 차원에서 확대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 한신정평가 등 국내 신평사들은 4∼5년 전부터 준비를 해 온 만큼 법안 개정과 동시에 업무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 찬반 양론 팽팽신평사들은 펀드 신용평가에 대해 환영 일색이다. 펀드 투자자에 대한 실질적인 보호 장치가 마련됐다는 이유에서다.

한신정평가 정광호 연구위원은 “펀드에서는 투자자와 운용자 사이에 정보의 비대칭 문제가 발생한다. 펀드에 내재된 위험과 향후 부담할 신용 위험을 펀드 신용평가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해 합리적인 투자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존 펀드평가사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펀드평가사의 한 임원은 “평가의 대상이 주로 채권형펀드가 될텐데, 현재 펀드에 편입된 채권이 대부분 안전한 A등급 이상이다. 추가로 평가해 신용등급을 매긴다고 큰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펀드 신용평가를 받아야 하는 운용사들은 엇갈린 반응을 나타냈다.
운용사의 한 임원은 “운용사 입장에서는 당장 부담이 되겠지만 투자자에게 운용철학을 세밀하게 전달할 수 있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 결국 투자자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다른 운용사의 임원은 “신평사가 제시하는 평가 기준에 맞추려는 노력을 하다 보면 운용사도 좀 더 위험관리를 철저히 하는 순기능도 있다”고 강조했다.
펀드 수수료가 높아져 결국 투자자 부담으로 연결될 것이란 반론도 있다.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신평사가 숟가락을 하나 더 얹는 것에 불과하다. 투자자의 비용이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김필규 연구조정실장도 “비용을 운용사가 부담한다면 수익률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실장은 “투자자의 선택 기준으로 활용할 수 있어 바람직한 방향이다. 수요를 어떻게 늘릴지 좀 더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권펀드에 개인들의 자금이 들어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운용사의 채권 매니저는 “편입 채권 등급을 제한하다 보니 채권형펀드의 수익률이 낮고 개인들의 투자도 거의 없다. 자산이 아닌 펀드의 등급을 기준으로 한다면 다양한 자산 채권 편입이 가능하고 수익률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채권투자자문 김형호 대표는 “현재는 공모형 채권펀드가 많지 않지만 회사채펀드 등 다양한 유형의 채권펀드가 나온다면 수요도 크게 늘어날 것이다”고 예상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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