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권 규제' 반발 부딪친 평창, 해법은?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반겼던 강원도 평창 주민들이 대회 반납을 추진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 우려로 강원도가 동계올림픽 개최지역과 주변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자 이 지역 주민들이 재산권 침해를 주장하면서 올림픽 거부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투기세력을 막으면서도 이 지역 주민 재산권 침해를 최소화 할 방안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24일 국토해양부와 강원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20일 평창군 대관령면 61.1㎢, 정선군 북평면 4㎢ 등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역과 주변지역을 토지거래계약 허가구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효력은 28일부터 발생한다. 앞으로 5년 동안 토지 소유권이나 지상권을 이전 또는 설정할 때 해당 자치단체장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런 조치는 부동산 투기로 땅값이 오를 경우 올림픽 관련 기업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반면 이미 땅값이 오를 만큼 오른 데다 앞서 2007년 동계올림픽 유치 당시 이미 기획부동산이 대거 사들여 실제 거래할 땅도 많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해도 실효성이 없다는 얘다.

평창군 진부면 K중개업소 관계자는 “거래가 전혀 안되고 있다”며 “토지거래허가제 얘기가 나오자 물건도 다 들어가고 기획부동산으로 덤터기 쓴 사람들만 팔기 위해 전화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 관계자는 “땅값도 사실상 오르지 않았다”며 “횡계 알펜시아 인근을 10만원씩 올렸는데 누가 사야 올랐다고 그러지 사지도 않아 올랐다고 할 수도 없다”고 덧붙였다.

인근 G중개업소 관계자는 “주민들 불만이 말이 아니다”며 “기획부동산 때문에 주민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바둑판처럼 수백 필지를 나눠 팔던 기획부동산 난립 이후 6필지 이상 자를 수 없도록 해놨기 때문에 기획부동산도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토지거래허가제가 유명무실할 뿐 아니라 과잉규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평창군 땅값은 1.26% 올라 전국 평균 상승률 1.05%를 웃돌았지만 지난달 평창의 땅값 상승률은 0.03% 수준에 그쳤다. 또 지난 10년간 평창의 전체 거래 필지 중 73%는 외지인이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평창군 지적과 관계자도 동계올림픽 유치 이후 토지거래가 딱히 늘지 않았다며 “하루 20~40건 정도”라고 답했다.

이같은 주민들의 반발이 잇따르자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평창군청을 방문해 “주민들의 재산권을 과다하게 침해해 전업희망자에게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며 “토지거래허가구역 설정은 시설입지 용역이 끝나면 바로 해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향후 평창 일대에 구체적인 개발 계획이 발표되면 더 오를 여지가 있기 때문에 규제가 필요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114 임병철 과장은 "땅값이 이미 오른 상황에서 뒤늦게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기 때문에 실효성 측면에서 조금 늦은 감이 있다"면서도 "인근 지역에서 더 오를 수 있는데다 구체적인 사업 계획이 발표되면 투기세력이 또 등장할 수 있기 때문에 지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