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종로구 누하동 일대 신축된 한옥. 바로 옆집에 한옥이 개보수 중이다. |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보조금이 없었으면 집을 새로 고치는 것(개축)은 생각도 못했겠지요. 들어간 비용의 절반을 지원받았으니까요."
5일 서울 종로구 누하동에서 만난 최순씩(69)의 얘기다. 최씨는 최근 기존 낡은 한옥을 헐고 개축하면서 비용의 절반 정도는 보조금으로 충당했다.
일반주택과 비해 건축비가 배 이상 들어가기 때문에 보조금 없이는 선뜻 지을 수 없다는 것이 최씨의 설명이다.
최씨는 "총 1억원을 지원받았는데 4000만원은 융자, 6000만원은 보조금"이라며 "융자는 3년거치 10년 분할 상환이지만 이자가 연 1%이기 때문에 큰 부담이 없다"고 말했다.
최씨의 한옥 바로 옆 집도 최씨처럼 최근 집을 헐고 개축한 한옥이었다. 또 바로 옆 집은 한창 개축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이 곳에서 만난 한 주민은 "한옥은 대부분 나무로 지어져 습기가 거의 차지 않아 여름에 너무 좋다"며 "저렴하게 짓기 위해선 새 나무나 기와가 아닌 중고 통나무나 기와를 사용하면 비용이 좀 덜 든다"고 거들었다.
인근 중개업소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근처인 누하동과 통의동 일대에 한옥을 신축하거나 개보수하는 가구가 갈수록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신축이나 개축은 아니더라도 대문이나 지붕만이라도 바꾸려는 가구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 만큼 한옥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시 종로구 누하동에 있는 대수선공사 중인 한옥. 인근 한옥 2채는 이미 완공 돼 사람이 살고 있다. |
하지만 최씨처럼 보조금을 지원받아 한옥을 개축하거나 대수선을 하기는 생각보다 쉽지 않다.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한참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누하동 인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한옥은 건축 비용이 적지 않게 들어가기 때문에 보조금없이는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웃집도 몇 달 전부터 서울시에 융자금 신청을 해놓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현재 서울시에 한옥 관련 융자금 등을 신청해놓고 기다리고 있는 사람은 7명이다. 관련 예산이 2년 전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들면서 제 때 지원이 안되고 있는 것이다.
보조금이 적고 보수할 수 있는 폭이 적은 것도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최씨는 "시에서 제공하는 보조금과 융자가 최대 1억인데, 이것으로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북촌지역 건축비가 평당 1500만원까지 올라간 상황을 감안하면 지원규모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주민 모두가 살고 싶어서 한옥에 사는 게 아니다. 보전지역으로 지정하는 바람에 그냥 고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불만을 표하면서 "한옥은 난방비가 많이 나오는 만큼 개보수를 할 수 있는 폭을 좀더 넓혀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